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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화가' 이민혁 “탱고가 날 살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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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혁 작가 [사진=김세영 기자]

이민혁 작가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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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작업실에 조용히 앉아 있다 보면 우울해지기 마련인데 탱고를 틀어놓으면 나도 모르게 탱고슈즈로 갈아 신는다. 전에는 쉴 때 담배를 태웠다면, 지금은 스텝을 밟으며 그림을 본다. 한마디로 삶이 바뀐 것이다.”

이민혁 작가(45)는 취미 생활로 시작한 탱고(Tango)춤을 미술작업으로 연결한다. 그의 작품이 내걸린 전시실은 탱고 종주국인 아르헨티나의 밀롱가(milonga:탱고를 추는 장소 또는 모임)로 바뀐다.
3년 전부터 탱고를 시작했다. 우연히 만난 탱고가 그의 삶을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스스로도 직업이 화가인지 댄서인지 잘 모를 정도다. 현재는 동호회인 솔로땅고(solo tango)에 가입해 활동 중이다.

소마미술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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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뮤지엄 버스킹전에선 동호회 회원들이 전시장 안에서 탱고 퍼포먼스를 보여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김세영 기자]

지난 11일 뮤지엄 버스킹전에선 동호회 회원들이 전시장 안에서 탱고 퍼포먼스를 보여줘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진=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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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프로댄서에게 2년 정도 배워 회원들로부터 자세나 느낌이 좋다는 평을 듣곤 한다. 건강도 확실히 좋아졌다. 그 전까지 혈압이 150이상이었지만, 지금은 140 밑으로 떨어졌다. 한 번 춤을 추고 나면 수건 두 개를 충분히 적신다. 흘린 땀만큼 표정은 밝아진다. 그는 어느새 주변 예술가들에게 탱고 전도사로 통한다.
이민혁은 “그동안 시대 비판적 작품을 해 감정적으로 메마른 느낌을 받았다. 새 그림 소재를 찾던 중에 아는 사진작가가 스튜디오에서 하는 탱고파티에 초청했다. 탱고를 작품으로 다루려면 숨겨진 에너지와 감정의 변화를 온전히 느껴야겠다고 생각해 배우기 시작했다”고 했다.

이민혁은 주로 선다발의 축적과 반복 속에 사람들의 다양한 행위와 동작을 담는다. 2014년까지 ‘바나나 시리즈’를 통해 박근혜 정부 이후 개인과 시대의 욕망이 억제되는 모습을 그렸다. 바나나가 잘려나간 면에는 피가 흘러내린다. 권력층의 횡포로 좌절하는 민초들의 삶을 최대한 담았다.

바나나 전철 91x60.6cm 캔버스에 유채 2014(사진 왼쪽)/ 바나나 재배 하우스 162.2x130.3cm 캔버스에 유채 2014

바나나 전철 91x60.6cm 캔버스에 유채 2014(사진 왼쪽)/ 바나나 재배 하우스 162.2x130.3cm 캔버스에 유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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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는 많은 부분이 변했다. 탱고음악처럼 그의 작품도 다양한 변주가 일어났다. 작품에도 그러한 부분이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그 전에는 직선이 많고, 표현에 한계가 있었다면 춤과 음악, 사람과 주고받는 에너지 등을 표현하다보니 곡선이 더 많아지고 역동적으로 변했다. 그는 탱고를 추면서 예술적 영역이 더 넓어졌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탱고는 심장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한다. 그림은 과정이 있어 다듬어지고 쌓여서 의도와 다르게 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탱고는 춤추는 순간, 내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 음악과 파트너, 파트너와 나와의 대화가 그대로 전해지니 새로운 세계에 온 느낌이다.”

그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만 길들어져 있었다. 마음의 움직임을 캔버스에 옮기는 것에 익숙했다. 하지만 탱고를 춰보니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민혁은 “그동안 폭이 좁았다”고 회고한다. 탱고는 이제 삶의 일부가 됐다. 이민혁은 하루 10시간 넘게 작업실에 탱고 음악을 틀어놓는다. 걸을 때도 탱고춤을 추듯 걷는다. 중독성이 강해 다른 음악은 듣지 못한다고.

탱고의 심장3 227.3x181.8cm 캔버스에 유채 2017(사진 왼쪽)/ 함께 걸어가는 탱고 227.3x181.8cm 캔버스에 유채 2017

탱고의 심장3 227.3x181.8cm 캔버스에 유채 2017(사진 왼쪽)/ 함께 걸어가는 탱고 227.3x181.8cm 캔버스에 유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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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동안 그림만 그리다보니 매일 출근하듯 습관적으로 해온 것들이 많았다. 그런데 탱고에 빠지니 1년 정도 아무것도 못하고 탱고에만 집중했다. 작업으로 완성되기까지 주변에선 걱정도 많았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작업물로 나왔을 때 사람들이 신선하게 보더라. 접하지 못한 다른 문화영역에 내가 들어갔을 때 그것이 확장되어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작가로서 한 단계 앞으로 나아갔다.”

이민혁의 작품은 오는 28일까지 소마미술관 3전시실에서 열리는 ‘뮤지엄 버스킹(Museum Busking)’전을 통해 만날 수 있다.

겨울을 지나는 탱고 91x65.1cm 캔버스에 유채 2015(사진 왼쪽)/ 가리비 밀롱가 116.7x91cm 캔버스에 유채 2014

겨울을 지나는 탱고 91x65.1cm 캔버스에 유채 2015(사진 왼쪽)/ 가리비 밀롱가 116.7x91cm 캔버스에 유채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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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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