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설하고, 영화는 세상사에 지친 보안관의 무기력증을 무미건조하게 그린다. 한때는 이름을 날렸(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퇴물 중의 퇴물. 그런 그가 살인마를 뒤쫓는데 성과가 있을 리 없다. 영화 말미 살인마는 황당하고 뜬금없이 붙잡히는데 역시나 퇴물은 이 과정에 전혀 기여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면 영화 제목의 '노인'은 중의적이다. 하루하루 맥 빠져가는 '퇴물'을 은유하면서도, 세상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루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나이 들어 노인이 아니라 정신이 이미 피폐해진 인간.
'노인' 기준을 65세에서 70세로 높이자고 한다. 고령화 사회에 마땅한 고민이다. 빠르게 늙어가는 나라에서 정해진 재원을 '좀더 나이 많은' 계층에 사용하자는 경제적인 이유가 배경이다. 기초연금ㆍ장기요양 보험ㆍ국민연금 지급, 지하철 무료 탑승, KTXㆍ항공ㆍ여객선 할인…. 노인의 기준을 70세로 높이면 3조원 가량을 아낄 수 있단다. '젊은 노인'인 65~69세가 양보할지는 모르겠지만.
그제 치러진 대통령 선거도 실은 '세대 대결'이었다. 50세 이하는 '1번'을 선택했지만 60세 이상은 '반(反)문'에 표를 던졌다. 나이를 먹으면서 보수화된다는 것은 수많은 선거를 통해 입증됐다. 주름이 늘수록 사람들은 자신이 이룬 것을 지키려 하고, 자기 삶에 만족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이른바 '연령 효과'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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