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북이 동시에 사상 최대규모의 화력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은 창군 85주년이었던 25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사상 최대 규모의 '군종 합동타격시위'를 전개했다.이어 우리 군도 26일 육군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창군 이래 아홉 번째로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을 실시한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전선동부 비행장(강원도 원산비행장)에 도착한 김정은은 북한 해군, 항공ㆍ반항공군, 전선 최정예 포병 무력 등을 사열했다. 북한은 유엔(UN) 안정보장이사회가 강력한 대북제재결의안 2321호를 채택한 직후인 지난해 12월 원산에서 장사정포 화력 타격 연습을 실시한 적이 있지만 육해공 전력을 총동원한 무력 시위는 이례적이다.
장사정포 사격에 이어 잠수정 어뢰발사, 비행대 타격도 전개됐다. 이날 시위에 참가한 잠수정은 7년 전 우리 해군 초계함인 천안함을 공격한 연어급 잠수정으로 알려졌다. 세계적 권위를 갖는 군사 연감인 영국 제인 연감(2016∼2017년)에 따르면 북한은 연어급 잠수정 12척을 보유하고 있다. 연어급 잠수정은 유고급을 개량한 것으로 초계함을 폭침할 수 있는 어뢰 발사관 2개를 갖췄다. 공군전력도 시위에 참가했다. 이번 훈련에는 공군 '근위' 제1항공 및 반항공사단, 제5비행사단 소속 추격기, 습격기, 폭격기 연대가 동원됐다. 1950~60년대 만들어진 미그 계열(MiG-15ㆍ17ㆍ19) 전투기가 공대지사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타격시위에 맞대응한 우리군의 통합화력격멸훈련도 26일 선보인다. 통합화력격멸훈련은 참가규모가 크고 예행연습이 필요해 보통 5년 임기 대통령 재임 시절 한 차례만 진행한다. 1977년 6월 시작돼 지금까지 8차례 진행됐다. 2015년 8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지 1년 8개월 만에 또 한번 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북한의 타격능력을 실사격으로 제압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군의 최신 다연장로켓(MLRS)인 천무에는 230㎜급 무유도탄이 장착된다. 1발에 900발의 자탄이 내장된 무유도탄은 표적에 떨어지면 축구장 3배 면적을 순식간에 초토화할 수 있다. 군은 230㎜급 무유도탄을 내년부터 2020년까지 국내 기술로 개발할 방침이다. 천무는 2009∼2013년 1314억 원을 투입해 국내 기술로 개발한 차세대 화력 무기로, 작년 8월부터 육군 포병부대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사거리가 80㎞에 달해 기존 MLRS인 '구룡'의 2배 이상이다.
'북한군 탱크 킬러'로 간주되는 세계 최강 공격헬기인 아파치 헬기가 공개적인 훈련에 등장해 위력을 보여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 군은 올해 아파치 헬기 36대를 모두 인수했다. 주한미군 48대까지 합하면 총 84대의 아파치 헬기가 한반도에서 활동하게 된다. 아파치 공격헬기는 유사시 북한의 선군호ㆍ폭풍호 등 1000여 대의 전차, 70척에 달하는 공기부양정을 격파하는 데 동원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훈련'이라는 표현 대신 이례적으로 '시위'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은 미국이 최근 한반도 해역으로 배치한 미국 핵 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를 간접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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