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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보기는 예쁜 투명계단, 여성들은 '치마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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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중시 최근 트렌드…학교·주상복합 등에 설치
-여성들 불안·안전사고도 우려

▲서경대학교 학술정보관에 설치된 투명계단(제공=서경대학교 공식 블로그)

▲서경대학교 학술정보관에 설치된 투명계단(제공=서경대학교 공식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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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투명계단 등 오르내리는 사람의 모습이 훤히 다 보이는 계단이 여성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 성북구 서경대학교 학술정보관 7~9층에 설치된 중앙계단은 반투명한 강화 유리 소재로 만들어졌다. 햇살 좋은 날에는 계단이 투명하게 보일 정도다. 소재 탓에 위를 올려다보면 지나다니는 사람의 보폭을 다 볼 수 있다. 11학번 김모(26)씨는 "여자 친구와 함께 정보관에 갈 때면 괜히 불안해진다"고 말했다.
처음 계단이 설치된 2011년엔 부상을 당한 학생도 있었다. 계단의 유리 일부분이 깨졌지만 티가 잘 나지 않아 한 발을 헛디딘 것이었다. 학내 커뮤니티에서 관련 내용이 공론화됐지만 깨진 계단을 보수 공사 하는데 그쳤다.

서울 동작구 사당역 인근 한 주상복합 건물에 설치된 투명 계단은 이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상가가 입주해있는 2~3층에 올라가더라도 대부분 엘리베이터를 탄다. 관악구에 사는 이모(31·여)씨는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건물이다 보니 계단을 이용하기엔 주변 시선이 신경쓰인다"며 "치마 입은 날은 오래 기다리더라도 무조건 엘리베이터를 탄다"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 ECC에 설치된 계단참 사이가 뚫린 계단

▲이화여자대학교 ECC에 설치된 계단참 사이가 뚫린 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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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설계해 화제가 됐던 이화여자대학교 ECC관의 내부 계단도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많다. 계단참과 계단참 사이가 뚫린 형태로 제작된 이 계단은 치마 입은 학생들에겐 피해야 하는 공간이다. 뚫린 공간 사이로 계단을 오르거나 내리는 사람의 모습이 그대로 다 보이기 때문이다.
17학번 조모(20·여)씨는 "밑에서 보면 다 보이니까 신경이 많이 쓰인다"며 "치마를 입고 오면 각별히 더 조심해서 다닌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김모(36·여)씨는 "ECC 강의실에는 외부 사람들도 많고 남자들도 자주 다녀서 치마 입은 날은 계단으로 다니기가 불편하다"며 "보폭을 작게 하고 가급적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려고 하는데 수업 시간이 다 돼 가면 마냥 기다릴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불편함에도 이화여대 측은 "공식적인 접수된 민원이 없었다"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로구 신도림역 근처 한 대형마트에 설치된 투명 엘리베이터도 이곳을 방문한 여성들에겐 기피 대상이다. 손모(31·여)씨는 "다른 투명 엘리베이터는 앞이 투명해도 뒤편은 선팅된 외벽과 맞닿아 있어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았는데 이곳은 내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뒤편도 유리 소재 그대로 사용해 엘리베이터를 탈 때면 민감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상시 이용되는 피난계단 외에 일반 계단은 특별한 법 규정이 없는 만큼 디자인적 요소도 중요하지만 시설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특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피난계단은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과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의해 계단의 치수와 구조, 재료 등의 설치기준이 있지만 일반 계단은 법적 조항이 없다.

장미현 젠더공간연구소장은 "디자인적인 입장도 중요하지만 그 시설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해 발생하는 문제"라며 "이를 악용해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없도록 그날 복장 등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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