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서 시작할 확률 높지만 눈도장 '꽝'
그럴 수도 있다. 황재균이 시범경기에서 눈부신 활약(타율 0.325, 4홈런, 11타점, 5득점, 12안타)을 했지만 판단은 구단에서 한다. 그러나 마이너리그에서 오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메이저리그 맞춤형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구단 입맛에 맞는 선수이기 때문이다.
놀라움은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와 비교하면 더욱 커진다. 테임즈는 타율 0.244(45타수 11안타) 1홈런 4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국내에서 테임즈는 황재균보다 한 수 위였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성적은 황재균이 낫다.
샌프란시스코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야수 중 시범경기 홈런 1위는 자렛 파커(28)다. 그도 네 개를 쳤다. 황재균이 메이저리그에서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과시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빠른 공에 강한 장점이 메이저리그에서도 변함이 없는 걸까.
이종열 SBS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44)은 "우리 투수들은 체인지업과 커브를 많이 던지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투심, 컷패스트볼 등 빠른 공을 주로 던진다. 황재균은 타격 폼을 유지하되 준비자세를 더 빨리 갖춰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빠른 공에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관건은 황재균이 지금의 좋은 흐름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느냐다. 이 위원은 "황재균에게 기회는 주어질 것으로 본다. 체력을 어떻게 유지하고 시범경기 때와는 다를 정규시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어떻게 적응하느냐가 숙제"라고 했다.
미·일 야구를 모두 경험한 이대호(35)는 "메이저리그가 보장된 계약이 아니었기 때문에 시범경기 때부터 모든 힘을 쏟아부었고 결국 후반기 성적이 안 좋았던 원인이 됐다"고 했다. 황재균도 같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황재균에게는 과제가 하나 더 있다. 지금 그는 외야수 훈련을 받고 있다. 트리플A로 내려가면 좌익수 훈련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메이저리그 팀에서 부상자가 나오면 곧바로 호출을 받을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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