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조기 대선에 장소,일정,형식 등 못 정한 채 '손 놓고 있어'...외국 정상 초청 불가 등 준비에 한계..."정치권이 먼저 조촐한 행사 다짐해야"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이번 대선에서 뽑힐 대통령 취임식이 이제 두 달도 안남았는데, 일정이나 형식, 장소 등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요. 해외 정상 초청 등은 꿈도 못 꿀 상황입니다."
차기 대통령 선거일이 5월9일로 확정되면서 정부가 취임식 등 각종 의전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대통령 파면 사태로 정상적인 절차ㆍ시간이 보장되지 않은 채 선거가 끝난 직후 새 대통령이 취임하게 되기 때문이다. 전례가 없을 뿐더러 준비할 시간적 여유마저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취임식도 예전과 다르게 준비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장소ㆍ시기ㆍ형식 등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이 없어 실무 주체인 행자부 입장에선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취임식은 국회의사당 앞 광장에서 수만명의 시민과 내외빈들이 모인 가운데 국민적 잔치로 치러졌다.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현직 대통령과 당선인이 동시에 참석해 취임 선서 후 권력을 넘겨받는 상징적 자리였다.
역대 대통령 중 이와 비슷한 사례는 최규하 전 대통령이 있긴 하다. 1979년 10ㆍ26사태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해당한 후 권한대행을 하다 그해 12월6일 실시된 체육관 선거에서 당선됐다. 그 탓에 최 대통령의 취임식도 2800여명의 인사만 참석한 가운데 취임 후 2주 후인 12월21일 장충체육관에서 선서ㆍ취임사 등 약식으로 진행됐다.
해외 정상 초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도 문제다. 일정을 잡기 위해선 최소한 1~2개월 전에 초청장을 보내야 하지만 선거와 당선인 확정이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이번 경우는 현실성이 없다. 당선인이나 현직 대통령이 없는 상태에서 '정부' 이름으로 초청장을 보내는 것은 외교적 관례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취임식을 통해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축하 차 방문한 다른 나라 정상들과 만나 친분을 쌓는 것이 글로벌 정상 외교에 입문하는 첫 관문이지만, 아쉽게도 이번에는 어렵게 된 것이다.
실무 주체인 행자부는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다. 선거가 진행 중이라 형평성ㆍ선거법 위반 시비가 일 수 있어 각 대선 후보 진영에 의견을 물어 볼 수도 없다.
행자부 실무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먼저 각 후보들이나 정당들이 나서서 취임식은 어떻게 하자는 의견을 모아서 정해주면 차라리 좋을 것 같다"며 "다른 때 같았으면 벌써 준비에 착수해야 하지만, 시기가 촉박함에도 현재로선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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