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초동여담] 독종의 새해 결심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담배를 끊은 사람에게 독하다고 하는데 진짜 지독한 건 아직도 담배를 피는 사람이다."

금연구역 확대와 비흡연자들의 냉대 속에서 흡연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내려온다는 자조적인 우스갯소리다.
이 논리로 따지자면 나는 참 독한 놈이다. 대학 1학년때 친구녀석이 건낸 담배로 시작한 흡연을 아직도 하고 있으니 말 다했다. 요즘 같은 한파에 벌벌 떨면서도 꾸역꾸역 밖으로 나갈 핑계를 찾는, 그래서 한 번에 해치워도 될 재활용 쓰레기를 두어 번에 나눠 버리는 비루한 일 따위는 없었을테니. 딸아이가 코를 막고 아내가 핀잔을 늘어놓아도 아직도 금연에 성공하지 못한 걸 보면 독종임에 틀림없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붙는 세금이 자그마치 3318원이라고 하니 흡연자들은 매년 100만원 이상의 세금을 꼬박꼬박 내고 있는 셈이다. 안내도 될 돈을 국가에 상납(?)하고 있으니 '애국자(?)'라고 우겨봤자 억지에 불과하다.

새해가 올 때마다 주변에서 금연을 결심한 사람들이 많았는데 올해는 유독 그 수가 많지 않은 듯하다.(확실한 근거가 있는 건 아니니 따지지 말자.) '박근혜ㆍ최순실 게이트'로 온 나라가 어수선해서 새해가 새해 같지 않은 탓인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이 또한 최순실, 박근혜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몰아가는 건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라고 했던 말만큼이나 억지춘향 격이다.
한 때 담뱃값 모았으면 집을 샀겠다는 아내의 타박에 건강도 챙기고 용돈도 모아보자는 생각으로 매일 담배 살 돈을 부금에 넣어본 기억도 있다. 이런 처방에도 금연에 실패한 것을 보면 '의지 박약' 밖에 별 이유가 없어 보인다. 애초에 아예 입에 대지 말았어야 했거늘. 그렇다고 처음 담배를 권한 그 친구녀석을 탓할 수도 없다.

의지와는 별개로 금연 실패의 이유를 찾자면 그만큼 담배의 중독성이 강한 탓도 있으리라. 하긴 "담배는 끊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참는 것"이라 하지 않던가.

하지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진짜 새해는 설이 지나야 하는 법. 음력 새해에 도전해보는 게 하나의 기회다. 어수선한 분위기에 이번주 말에 시작되는 '진짜 새해'도 그저 똑같은 하루의 연속일 것 같아 이건 독종들에게 큰 변수가 못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결정적 기회는 한 차례 더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행되고도 재고가 쌓인 때문인지 사재기 때문인지 아직 일반 소매점에서 많이 시판되지 않고 있는 흡연 경고그림이 담긴 담배가 시중에 풀리는 시점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 마저도 이미 혐오스러운 경고그림을 가리는 용도로 만들어진 담배 케이스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나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다.

담배의 중독성보다 더 심한 것이 있다. 권력의 중독이 그것이다. 애연ㆍ끽연가가 골초가 되듯 제어장치가 없는 권력자가 가정맹어호(苛政猛於虎)의 위정자로 변하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 맛에 빠져 온 나라를 혼돈의 나락에 빠트린 권력자와 그에 기생한 공식 또는 비선 실세. 그들이 적폐를 진정성 있게 반성하고 청산을 다짐하는 것만으로도 이 나라가 온전한 새해를 맞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김동선 사회부장 matthew@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