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못하는 걸 억지로 하기보다,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을 즐기세요."
'인공지능 시대의 인성교육'이라는 주제를 들고 나온 이 9단은 대국 경험을 예로 들면서 "바둑은 상대를 배려하는 자세에서 출발한다"고 소개했다. 바둑은 두 사람이 하는 게임인 데다 예절과 소통, 배려 등을 중시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성을 함양시킨다는 설명이다.
이 9단이 유난히 복기(復棋)를 열심히 하는 습관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둑을 두면서 나나 상대방이 어디서 어떤 수를 잘 뒀고, 어디에서 실수를 했는지 점검하고 반성하고, 상대의 생각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 9단은 "딸을 키우는 부모로서, 이따금 다른 아이와 비교하다 스스로도 깜짝 놀랄 때가 있다"고 고백했다. 바둑에서나 인생에서나 남과 자기를 비교하는 것은 본능에 가깝지만 우리사회는 너무 경쟁에 치우친 면이 있다는 우려였다.
그는 "학생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신나게 즐기는 것, 조금 뒤쳐지는 부분이 있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만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바둑인으로서 최정상에 올라서고 슬럼프를 극복한 힘의 원천으로 자기에 대한 자신감을 꼽았다. '그 동안 잘 해왔으니 여기서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을 계기 삼아 더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올해 초 알파고 대결과 같은 엄청난 심리적 부담감을 느끼는 상황에서도 바둑을 '신명나게' 즐길 수 있었다고 했다.
이 9단은 강연 후 아시아경제 인터뷰에서 "알파고는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새로운 바둑상대였고, 그래서 다소 방심한 탓에 좋은 성과를 내진 못했지만 머지 않아 인간과의 재대결이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구글 딥마인드는 더욱 완벽한 프로그램을 보여주기 위해, 인간은 인간이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2차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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