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섬의 조마조마한 관전평 - 영화 ‘내부자들’은, 2016년 현실극에 비하면 그야 말로 잽도 안된다
낮의 대통령과 밤의 대통령이 한판 붙었다. ‘밤의 대통령’이란 별명으로 불렸던 이는 지난 5월 작고한 조선일보 창업가문의 방우영씨였다. 청와대와 조선일보의, 치킨게임을 방불케 하는 정면충돌은 근자에 보기 드문 드라마틱한 풍경이다. 전말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이런 과정 속에서 조선일보가 칼을 뽑은 것은 지난 7월18일이었다. 우병우수석의 처가 건물의 수상한 거래에 대한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이 보도를 기점으로 우수석에 대한 주변 ‘비리’ 의혹들이 다른 언론들에서 줄줄이 터져나온다. 우수석의 과거 부적절한 변론행위가 들춰지고 아들 병역에 대한 의혹과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혐의도 불거졌다. 이런 여론의 맹공으로 우수석은 강력한 사퇴 압박을 받는다. 박근혜대통령은 꿈쩍하지 않았다. 이런 여론몰이의 중심에 조선일보가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우수석에 대한 ‘의혹’들이 치명적인 한 방이 아니라고 판단한 점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TV조선을 비롯해 안방으로 쏟아내는 ‘병우 자르기’ 공세에 마냥 버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특히 사정의 정점에 있는 이가 스스로와 관련한 사실을 사정하라고 지시하는 '모순'을 노출하면서 압박감이 뚜렷해졌다.
또 하나의 칼은 조선일보 송희영 주필이 타겟이었다. 조선일보가 청와대의 창끝인 우병우를 겨냥했듯, 청와대는 조선일보의 창끝을 겨냥한 셈이다. 총대를 멘 쪽은 친박 국회의원인 김진태였다. “대우조선해양이 송주필에게 호화 유럽여행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호의적인 기사를 써줬다”는 것이다. 실명 공개로 칼을 겨누자, 송주필은 물러났다. 40일에 걸친 막장 난투극은, 조선일보의 장수를 낙마시키면서 새로운 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아직 ‘활물’인 현권력과 노회한 언론권력이, 서로의 ‘부패’를 번갈아 들춰내면서, 막장 난투극을 벌였다. 그 가운데 국민이 깨닫게된 것은, 정권과 언론 내부에 진동하는 ‘썩은 냄새’이다. 권력의 기본을 이뤄야할 품격과 정도는 내동댕이친지 오래고, 뒤통수 치기와 옆구리 지르기의 살벌한 전략들만 난무한다. 영화 ‘내부자들’은, 2016년 현실극에 비하면 그야 말로 잽도 안된다.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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