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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1만 시간의 법칙'과 '컴포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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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1만 시간의 법칙'과 '컴포트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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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타고 있어요'

그래서 어쩌라고? 까칠한 사람은 이렇게 틱틱댄다. 선량한 이들의 반응은 좀 다르다. 그래? 그럼 조심(또는 양보)해야겠네. 이도저도 아닌 '까칠'과 '선량' 사이의 무리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별 감흥이 없다. 자동차 뒷유리에 밀착된 스티커 문구를 접한 운전자들의 심리는 대체로 이렇게 갈린다. 굳이 따지면 세번째 심리가 다수일 가능성이 높다. 아이가 타고 있어요. 이제는 너무 식상한 표현 아닌가. 그러니 낚시질도 힘겹다.
자연스럽게 변형 문구가 등장한다. '까칠한 아기가 타고 있어요' '임산부가 타고 있어요' '나 초보다이~' '형님이 타고 있어요'….

며칠 전 기발한 스티커에 빵 터졌다. '전 이미 글렀어요, 먼저 가세요' 주체못할 이타심이랄까, 질주본능에 대한 해탈이랄까. 저 스티커를 보는 순간 우리는 누구라도 '이미 그른' 앞차를 제치고 '먼저' 가라는 주문을 묵묵히 실행하지 않을 수 없다. 씨익 미소를 지으면서.

심리학 용어로 '컴포트존'(comfort zoneㆍ안락지대)이라는 게 있다. 온도 ㆍ 습도 ㆍ 풍속이 적정 수준을 유지해 우리 몸이 가장 편안함을 느끼는 상태를 가리키는데 비유적으로는 '익숙함에 따른 정체'를 뜻한다.
'1만 시간의 법칙' 이론가 중 한명인 안데르스 에릭슨 박사는 저서 <1만 시간의 재발견>에서 "컴포트존에 머물러 있으면 1만 시간(하루 3시간 x 10년)을 투자한들 향상은 어렵고 오히려 퇴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어떤 일이든 오랜 시간 매달리되 컴퍼트존에서 벗어나려고 스스로를 극한까지 밀어붙여야만 거장이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이다.

'절대 음감'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가 그랬고, 미국 프로농구(NBA) 역사상 3점 슛을 가장 많이 성공시킨 레이 앨런이나 '금녀(禁女)의 벽'을 깨고 체스계의 그랜드마스터가 된 주디트 폴가가 또한 그랬다. 이들은 단순히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게 아니라 한발짝의 전진을 위해 스스로를 거칠게 몰아세웠다. 이와 달리 유명한 과학자이자 발명가이자 작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체스에 광적이었지만 실력이 '보통'에 머물렀는데 컴포트존에 안주해서라는 게 에릭슨 박사의 해석이다.

컴포트존을 벗어난다는 것은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또는 못했던)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의미다. 결국은 '열심히 하기'가 아니라 '다르게 하기'다.

컴포트존은 세속의 삶에도 이입된다. 시험을 끝낸 학생들은 오답노트를 만들어보는 것, 인사철에 직장인들은 익숙한 부서를 떠나 다른 업무에 도전해보는 것…. 자동차 스티커도 마찬가지다. 익숙한 컴포트존(아기가 타고 있어요)에서 벗어나 '다르게 하기'(전 이미 글렀어요, 먼저 가세요)는 비로소 타인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작지만 유의미한 변화를 일으킨다. 그렇게 우리는 삶의 지혜를 배운다. 열심히'만' 하지 말고 다르게'도' 해보기.

첨언, '아기가 타고 있어요'(Baby On Board) 스티커의 유래.

'캐나다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구조가 끝난 뒤 차가 폐차장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다음날 뒷좌석 밑에서 사망한 아기가 발견됐다. 이후부터 '아기가 타고 있다'는 스티커를 자동차에 붙이기 시작했다.'

그럴 듯 해보이지만 사실이 아니다. 이런 루머가 급속히 퍼지자 사업성을 눈치챈 미국의 한 젊은이가 '아이가 타고 있어요' 표지판을 디자인해 팔았고, 2년간 300만개를 판매하며 대박을 터트렸다. 이후 초보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아기가 타고 있어요' 스터커를 붙이는 것이 유행이 됐다.
 





이정일 산업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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