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사람의 일은 끝까지 가봐야 안다고 했다. 레알 마드리드가 2015~2016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시선은 좋지 못했다. 경기력은 답답했고 각종 대회에서 행보가 변변치 않았다.
2016년 1월부터 달라졌다. 바로 지네딘 지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부터였다. 그는 강한 동기 부여가 됐다. 구단 레전드 출신의 지단 감독이 오자 선수들도 똘똘 뭉쳤다. 잡음도 사라졌다. 동력을 얻은 레알은 그대로 전진, 열한 번째 유럽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지단 감독의 인간 승리였다. 지단은 감독이 된 지 5개월 만에 첫 우승 트로피를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가져가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을 향해 보내지는 우려의 목소리도 이번 결과로 모두 지웠다.
지단의 힘은 다른 것보다 그의 이름에 있었다. 지단이 오기 전 레알은 팀워크가 흔들렸다. 내분이 있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았다. 간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주변 동료들에 대한 불만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이적설이 나왔다.
호날두는 지단 덕분에 마음을 다 잡았다. 지단은 호날두의 프리킥을 개인 지도해주는 등 그가 고민인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나서서 해소해줬다. 부상도 많고 경기력이 조금 저하된 감이 있었던 루카 모드리치 등 중앙 미드필더들도 역할 조정과 가벼운 면담으로 그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줬다.
지단이 오고 난 뒤 레알은 공수가 좋은 팀으로 바뀌었다. 지난 시즌에는 공격력이 더 뛰어났고 올 시즌 초반 수비에 너무 치중한다는 비판을 받았던 레알은 공격과 수비 모두 잘하는 팀으로 평가가 바뀌었다. 레알은 호날두에 의존해 온 아킬레스건도 있었지만 지단 감독은 가레스 베일, 카림 벤제마, 이스코 등을 적절히 섞어 기용하면서 이 문제도 해결했다.
지단 감독은 데뷔 첫 시즌 치고는 성공적인 마무리를 했다. 프리메라리가에서도 아쉽지만 2위를 차지했고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우승을 차지했다.
선수와 감독으로 챔피언스리그 정상을 밟아보는 감격도 누렸다. 지단은 레알 선수로 뛴 2001~2002시즌 대회 결승에서 바이엘 레버쿠젠을 상대로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결승골을 넣어 팀의 2-1 승리, 우승을 이끌었다.
그는 우승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 지를 알고 있다. 선수 시절 쌓은 많은 경험이 도움이 됐다. 선수들을 다스리는 데도 이는 무기가 되고 있다. 지단은 다음 시즌에도 은하군단 레알을 이끈다. 그 때는 어떻게 또 발전하게 될 지 보는 것도 축구팬들의 재미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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