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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랑의 구조조정]STX 사태로 되짚어본 '3번의 결정적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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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X 법정관리 피할 3번 기회 모두 살리지 못해
막무가내 기업·관리소홀 산은·무책임 정부 합작
구조조정 실패로 국민 혈세 최소 8兆 투입할 판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한때 세계 4대 조선사였던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리기까지 적어도 3번의 기회는 있었다. 그 기회들을 모두 놓치는 바람에 생존의 절벽에 내몰리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한 기업, 밑 빠진 독에 끊임없이 물을 부은 채권단, 이를 방조한 정부의 무능력, 무책임, 무기력이 낳은 참사라는 지적이다.
이번 STX 사태에 따른 구조조정 실패로 투입돼야 할 국민 혈세는 최소 8조원에 이른다. 2013년 4월 자율협약에 들어간 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STX조선에 쏟아부은 자금이 4조5000억원이다. 여기에 법정관리로 선박 건조를 맡긴 선주들에게 1조2000억원의 선수금(배값 일부를 미리 받은 금액)을 돌려줘야 하고, 대출 손실(최소 2조5000억원)도 떠안아야 한다. 몇 년 전부터 켜진 경고등을 무시하고 구조조정에 실기(失期)한 결과다.

첫번째 기회는 2000년대 말에 있었다. STX조선은 2008년 금융위기 뒤 전 세계 선박 발주가 급감하던 상황에서 무리한 저가(低價) 수주를 일삼다 부실의 늪에 빠져들었다. 구조조정도 이때 바로 시작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STX그룹(STX조선 모그룹)이 무너졌을 때 과감하게 산업재편을 해야만 했다는 것이다. 앞뒤 안가리고 저가 수주에 열을 올리던 STX조선은 2008년 수주 잔량 기준으로 국내 빅3 조선소에 이어 세계 4위까지 올랐다.

두번째 기회는 2013년 4월이었다. 당시 STX조선은 채권은행에 자율협약을 신청했다. 저가 수주의 부실이 하나둘 드러나며 심각한 경영난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일부 채권은행은 "STX조선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산업은행은 "한때 세계 4위던 조선사를 죽일 수 없다"며 채권단을 압박해 자율협약을 종용했다. 그 뒤 지금까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신규 자금 4조5000억원을 지원했다.
세번째 기회는 지난해 찾아왔다. STX조선은 채권단 지원에도 적자에 허덕이다가 지난 해 9월 고비를 맞았다. 당시 채권은행들은 "STX조선은 회생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정부는 "내년 총선 전까지 STX조선을 살려야 한다"며 묵살하고 추가 자금을 지원했다. 그후 고작 8개월 만에 정부는 "STX조선의 부도가 예상돼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하다"고 말을 바꿨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당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총선 전까지 구조조정을 진행하지 못할 것이란 얘기가 팽배했다"며 "실제로 총선 때문에 밀어붙인 결과가 지금 최악의 시나리오로 펼쳐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처럼 STX조선에 대해 '메스'를 들이댈 수 있는 기회를 번번이 놓치면서 조선업계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 생존을 걱정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저가라도 일단 수주를 하고 보자는 기업의 무리한 성과주의와 국책은행으로서 기업 부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산업은행의 무능력, 표(票)만 의식해 산업재편은 뒷전인 정부의 무책임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조선업계는 끝없이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채권단과 정부가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못하면 대우조선해양도 STX조선와 같은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며 "STX에 비해 훨씬 덩치가 큰 대우조선의 구조조정을 섣불리 했다간 감당하지 못할 엄청난 재앙으로 돌아오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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