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23일 내놓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입법ㆍ정책 과제' 보고서를 통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계기로 제기되고 있는 입법 과제 등을 진단했다. 입법조사처는 문제가 있는 제품이 판매되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점검에서부터 가해자의 책임을 제대로 묻기 위해서는 법체계가 크게 달라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화학제품의 경우 제조에 사용된 모든 성분을 기재ㆍ표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품질경영 및 공산물안전관리법' 개정이 필요하다. 다만 이 경우에는 기업의 영업이익이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의 진실 규명과 법적 처벌을 위해서는 종래의 사법체계가 대대적으로 바뀔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가습기 살균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의 4분의 1가량은 이미 공소시효(업무상 과실치사의 경우 공소시효 7년)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서 특별법 제정 문제를 논의할 때 공소시효를 배제하가나 연장, 정지하는 방법이 나올 수 있지만 위헌논란에 부딪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때문에 공소시효에 대한 통일적인 기준을 마련해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피해자들이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해자들이 피해와 유해물질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조물책임법을 고쳐 정상적인 제품을 이용할 경우 소비자들의 입증책임을 경감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분쟁조정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의 환경분쟁조정제도나 소비자분쟁조정제도로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같은 독성물질에 대해서 분쟁을 조정할 갖추지 어렵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다룰 수 있도록 '제조물책임에 관한 분쟁 조정중재원'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외에도 입법조사처는 피해자들의 사법적 절차 구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집단소송제도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소개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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