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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멍든 가정의 달] 조선소 7년만에 야드 개방 '거제도 아빠의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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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에 멍든 가정의 달] 조선소 7년만에 야드 개방 '거제도 아빠의 위로'

조선소 어린이날 맞아 선박 건조현장 개방
2009년 최대 호황기 이후 처음
집에서 미안했던 '거제도 아빠' "3代 함께 방문 할 것"
선뜻 지갑 열기 어려워 거제 대형마트 장난감 코너 한산
구조조정 시작되면 여파 어디까지 미칠지
희망 움켜 쥐었지만 가라앉은 거제시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거제도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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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점심 시간이 지나자 파란 하늘이 드문드문 드러났다. 아침까지 몰아쳤던 비바람은 조금씩 잦아들었다. 3일 오후 거제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내 잔디광장은 어린이날 행사를 준비하는 손길로 분주했다. 천막 50여동이 세워지고, 9000여개 과자 선물 박스가 차곡차곡 쌓였다. '다시 뛰자, 희망 대우조선'이라고 새겨진 현수막이 바닷바람에 펄럭거렸다.

구조조정을 앞둔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어린이날 행사를 특별하게 열 계획이다. 7년만에 조선소 건조구역을 직원 가족들에게 개방한다. 버스 10대로 세시간 동안 상선ㆍ특수선ㆍ해양플랜트 건조 현장을 보여준다. 직원들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가족들에게 설명도 한다. 조선소 개방은 대우조선해양이 최대 호황이었던 2009년 이후 처음이다.
옥포조선소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김진철 과장(가명·38)은 "어렸을 때 조선소 반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어린이날 행사에 와서 스케치북, 크레파스를 받아 배를 그렸던 기억이 난다"며 "이렇게 큰 배를 아버지가 만든다는 것을 알고 뿌듯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아이들과 퇴직한 아버지와 함께 행사장을 찾을 계획이다. 어린 시절 느꼈던 기분을 자식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서다.

초등학교 2학년 아들은 뉴스를 보고 '아빠 회사가 어렵다'라는 것을 알 만큼 훌쩍 자랐다. 얼마 전까지 레고를 사달라고 조르다가 "올해는 아빠가 힘드니까 중고 장난감이면 충분하다"며 짐짓 어른스럽게 말했다. 이 과장은 "아들에게 어린이날 조선소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니까 엄청 기대를 하고 있다"며 "아버지도 걱정을 많이 하시는데 이번에 야드 투어를 하면 가족 모두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거제도 아빠'들이 선뜻 지갑을 열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옥포조선소 옆 대형마트. 어린이날이 코 앞 인데도 장난감 코너는 한산했다. 작년에 인기 있었던 10만원대 헬로카봇 세트는 올해 재고만 쌓였다. 장난감 코너 매출도 3% 줄었다. 선물을 고르던 주부 정미경(35)씨는 "조선소 직원들은 작년 여름 이후로 상여금이 안 나오고 있고, 협력사 직원들은 월급을 못 받는 경우도 있다는데 가정의 달이라고 하니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미 협력사 직원들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잃기 시작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조선ㆍ해양 부문 외주협력사 인원'은 2014년 말 3만2637명에서 올해 1분기 2만9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천명의 인원이 투입됐던 해양플랜트인 '송가 프로젝트'가 지난 3월 선주사에게 인도된 영향이 크다. 아직 2년치 일감은 남아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채권단에 의사에 따라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그 여파가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 회생의 희망을 움켜쥐고 있지만, 5월 '가정의 달'을 맞은 거제시는 무겁게 가라앉았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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