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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맥주보이도 규제?…얼마나 더 마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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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보이 (SBS 화면 캡처)

맥주보이 (SBS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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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규제개혁 '광풍(狂風)'이 술(酒)에 이르렀다.

야구장에서 생맥주 통을 매고 다니며 맥주를 판매하는 소위 '맥주보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에 떠밀려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고 한다.
앞서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세청은 야구장에서 맥주의 이동식 판매를 금지하기로 하고 이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전달했다.

식약처는 맥주보이가 허가된 장소에서만 주류를 판매해야 하는 주세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주세법은 '영업장 내에서 마시는 고객'에게만 술을 팔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자 KBO는 맥주보이가 활동하는 잠실, 수원, 대구, 부산 등을 연고지로 하는 구단에 이런 방침을 전했고, 야구팬을 시작으로 야구장 맥주판매가 금지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여론이 형성됐다.
야구장은 공개된 장소이긴 하지만 입장료를 내고 입장하는 만큼 영업장으로도 볼 수 있다는 반발도 나왔다.

결국 식약처와 국세청은 이 같은 여론을 폭넓게 수용해 '일반음식점 영업신고를 한 이가 제한된 야구장 내에서 입장객을 상대로 고객 편의를 위해 음식의 현장판매가 이뤄지므로 식품위생법상 허용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새로운 법령해석을 내렸다.

올해도 야구장에서 맥주보이를 만날 수 있게 됐지만, 이 과정을 지켜보는 입맛이 씁쓸하다. '역시나' 술에 관대한 나라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집계한 세계 주류 소비량에 따르면 한국은 15세 이상 국민 1인당 8.7ℓ의 술을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를 작성한 20개 국가 가운데 16번째라며 안심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 세계 15세 이상 인구의 1인당 연간 술 소비량은 2010년 기준으로 6.2ℓ이며, 한국은 12.3ℓ로 평균의 2배에 달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난해 우리나라 주류시장 규모를 조사한 결과 34억5200만ℓ에 육박했다. 15세 이상 인구(4300만명) 1인당 80.3ℓ를 들이킨 셈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주류국민 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은 2013년 기준으로 148.7병(360㎖), 소주는 62.5병(360㎖)에 달한다. 단순 계산해도 OECD 조사 결과 세계 1위 리투아니아(14.4ℓ)를 훌쩍 뛰어넘는다.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술 소비도 급증하고 있다. 통계청 가계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의 가구당 월평균 주류 지출액은 1만2109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7.5% 증가했다.

어디서나 술을 편하게 마시는 권리만큼 음주문화 성숙도 절실하다. 우리는 인구 1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2년 기준 10.8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OECD 평균은 6.5명으로 한국보다 거의 4명 이상 적다.

맥주를 마시며 야구를 지켜보는 재미를 누릴 권리를 뺏자는 것은 아니다.

이동식 맥주 판매원 아니더라도 야구장내 매점에서 충분히 맥주를 사서 마실 수 있는데도 마치 맥주보이가 꼭 풀어야 하는 '규제'처럼 인식되는 것은 잘못이다.

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규제개혁에 '사활(死活)'을 걸고 있다. 국무조정실 산하에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을 설치하고, 대통령이 직접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주재하면서 규제개혁에 매진하고 있다.

그동안 기업이 경제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손톱 밑 가시'로 여겨지던 수많은 규제들이 개선됐다. 칭찬할 만 하다. 하지만 술에까지 '인심 좋게' 규제를 없애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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