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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받고 슬쩍…'벼룩의 기술' 빼먹는 대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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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재연 기자]#대기업 A사에서 출시된 핸드폰을 보고 B사 사장은 깜짝 놀랐다. 자신들이 개발해 2003년 특허등록까지 마쳤던 비상호출 처리장치가 '긴급버튼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탑재돼 있던 것이다. 그는 그제서야 자기들 기술을 A사에 사업제안서 형태로 제시했던 것이 떠올랐다.

대기업들의 중소기업 기술 편취가 도를 넘어 서고 있다. 기술 자료를 제공받은 뒤 거래를 끊고 기술을 살짝 변형해 자체개발한 기술인양 써먹는 대기업 사례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중소기업이 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대부분 불기소되거나 패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일자리의 보고인 강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의 기술 편취를 막을 수 있도록 법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업에서만 기술 편취 논란이 불거지는 것은 아니다. 금융업계에서도 이 같은 유형이 반복된다. 보안업체 C사는 D은행에 보안솔루션에 대한 사업계획서를 2014년 3월 제공했다. 이후 D은행은 올 4월 세계 최초로 보안관련 상품을 개발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에 C사는 보안상품이 자기기술이라며 권리구제를 여러 기관에 요청했다. 급기야 D은행은 C사 대표를 형사 고소했다.

그런데 대기업의 기술 편취는 주로 계약 전에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사실관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수사기관이나 법원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인력이 없어 감정을 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구제를 받는 경우는 가뭄에 콩 나는 격이다. 앞의 B사는 A사를 특허침해로 고소했으나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받았다. 이와 별도로 B사는 A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으나 결국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더욱이 공정거래위원회조차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양새다. 박정만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는 "담당 기관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술편취 문제에 대해 하도급계약인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거나,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임을 들어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기술 편취를 밝혀내거나 처벌할 근거 법령이 미비돼 있는 것도 문제다. 하도급법에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를 요구할 수 없도록 돼 있지만 피해는 주로 계약 체결 전에 나타나고 있어서다.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등에 기술 침해를 규정하는 조항이 없을뿐더러 담당 관청이 실질적인 조사를 할 수 있는 권한조차 없다.

박 변호사는 "법률적 제재 범위를 좀 더 세분화하는 한편 특허청에 조사권한을 줘야 한다"며 "현행 하도급법도 계약체결 전 단계에서의 기술편취 행위유형을 추가 신설해야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의욕을 북돋울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재연 기자 ukebid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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