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를 개인을 넘어 사회적 차원으로 넓혀 생각해보면, 가계부채 문제가 번뜩 떠오른다. 국가 전체로 머리가 무겁고 뒷목이 뻣뻣해지는 스트레스 거리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가계부채 금액은 올해 3분기 기준으로 1102조6000억원인데, 걷잡을 수 없는 증가세를 볼 때 연말이면 가계대출 규모가 1200조원을 넘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에는 '스트레스 금리(stress rate)'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내년 시행을 목표로 금융위원회와 은행권이 마련 중인 가계부채 관리방안 세부안이 그 출처다. 방안에는 이자만 갚는 변동금리 대출을 억제하고 이자와 원금까지 함께 갚는 고정금리 원금분할상환 대출을 유도하는 한편 대출 심사를 강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대출 희망자는 이런 제약들 때문에 빌리고 싶은 만큼 충분히 빌릴 수가 없어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의 금리 인상 리스크에 대비해서 아쉬워도 좀 덜 빌리는 편이 낫다는 게 가계부채 관리로 스트레스 받고 있을 정부가 제시한 방향성이다.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현재 상황에 브레이크를 걸어보려는 정부의 의지는 국토교통부 장관의 최근 발언에도 담겨 있다. 강호인 장관은 지난달 25일 주택업계 최고경영자(CEO)들과 취임 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최근 주택 인허가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향후 주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적정한 수준의 주택공급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 발언에는 연말까지 주택 인허가 물량이 1990년대 초반 수도권 4대 신도시 건설 이후 최대인 70만가구를 넘어서고, 분양물량도 예년의 2배 수준인 49만가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주택 공급량이 이렇게 많지만 지난 3분기 주택매매가격은 4.1%가 올랐으니, 주택업계 입장에서는 한창 행복한 호황기다. 그런데 정부가 "이제 그만 공급을 줄여달라"며 쓴소리를 하니 주택업계도 스트레스를 받게 됐다.
가계부채 문제와 주택시장 상황을 두고, 어느 누구도 스트레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라고 생각하지 말고, 적당한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자극이니 좋게 받아들이라는 류의 조언은 논외다.
가계부채 관리방안이 한국사회, 집, 스트레스의 질긴 상관관계 단절에 부디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이 마저도 누군가의 스트레스였는지 발표가 연기됐다는 소식이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