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년 새 급등한 제주 땅값. 지난 10일 제2공항 신설 발표이후 개발 기대감이 더 커지고 있다. 사진은 제2공항이 들어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수산리, 온평리, 난산리, 신산리 일대<사진=제주도청>
외국인 토지수요로 들썩이더니
유입인구 늘어나면서 가속도
제2공항 호재 "없어서 못판다"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땅이요? 요즘엔 없어서 못 팔아요. 3~4년 전부터 오르기 시작하다가 올 들어서 불이 붙었고, 얼마전 제주 제2공항 발표가 기름을 끼얹은 겁니다."
마을 멀리 두산봉, 대왕산 등 높지 않은 오름만 있을 뿐 공항 예정지 일대는 가옥도 60여가구에 불과한 평야지대다.
외지에서 꾸준히 인구가 유입되면서 제주 땅값은 올 들어 많이 올랐다. 그러다 지난 10일 제2공항 건설이 확정되면서 공항이 들어서는 제주 동쪽의 가격은 앞으로 얼마나 더 뛸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다.
시내 주택가인 제주 이도동 택지는 올 초 3.3㎡당 300만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600만~700만원으로 거래된다. 4년 전 3.3㎡당 840만원 선에 분양했던 노형동 노형2차아이파크 아파트는 2000만원 안팎으로 올라 있고, 전용면적 139㎡짜리 호가는 10억원을 넘었다.
제주 이도동의 N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임야건 주택이건 매수세가 워낙 강해 매물이 나오는 대로 팔린다"며 "투자세력까지 몰려들기 시작해 한동안은 계속 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도 땅이나 집값이 이처럼 뛰는 건 크게 세 가지 이유다. 제주도는 국내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 등으로부터 천혜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은 2320만명으로 9년 전인 2005년(1135만명)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국토부는 10년 후 제주에서 공항을 이용하는 숫자가 4000만명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외지 인구가 크게 늘면서 투자수요가 몰린 건 땅값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몇 년 전 시작된 중국 등 외국인 토지 매매증가가 제주도를 서서히 달궜다면 뭍에서 이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온도를 높였다. 거기에 투자ㆍ투기세력이 가세하면서 제주도를 빠른 속도로 달궜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달 제주도에 주소를 둔 인구수는 62만명을 넘어섰다. 2010년 57만명 정도였던 것을 감안하면 5년 새 5만명가량 늘었다. 그 이전엔 인구 5만명이 늘어나는 데 20년이 걸렸다.
현학수 제주도 공항확충지원팀장은 "최근엔 매달 1300명 정도가 육지에서 제주로 주소를 옮기고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은 한동안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조만간 인구 100만명을 예상한 주택공급 종합계획 수립에 나설 계획이다.
기획부동산 등 투기세력이 몰린 영향도 있다. 제주 땅을 찾는 사람들이 늘자 공급책도 덩달아 늘었다. 올해 성산읍의 토지매매는 다른 지역에 비해 유난히 많았다. 최근 기획부동산의 활동이 늘고 있다는 건 제주지역 공인중개사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주에서 부동산개발회사를 운영하는 차경아 초아D&C 대표는 "제주 땅값이 크게 올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땅값에 거품이 끼는 경우도 많다"며 "특히 제주를 잘 모르는 외지인들의 경우 투자할 때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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