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국책연구기관의 석사급 연구위원 B씨는 다른 직장을 찾아보고 있다. 그는 "박봉에 지쳤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정규직이었던 그는 정규직보다 연봉이 훨씬 낮았고, 부수입 등도 기대할 수 없었다. B씨는 "(비정규직의 경우)민간 연구소나 대학에 비해 대우는 턱없이 낮은데, 세종시 이전으로 생활비용부담만 더 커져 버틸 재간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5일 경제인문사회연구회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5년 8월까지 연구회 소속 26개 국책연구기관에서 퇴직한 연구원은 총 2978명으로 집계됐다. 사표를 낸 연구원은 2010년 461명에서 2014년 657명으로 증가 추세다. 특히 지방이전이 집중적으로 이뤄졌던 2014년을 전후해 퇴직자가 급증했다.
하지만 지방 이전이라는 특정 이슈보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떨어진 위상과 악화된 연구환경, 낮은 대우ㆍ복리후생, 고용불안 등에 기인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한 팀장급 박사는 "민간 연구기관의 대우가 훨씬 좋은 상황에서 국가 과제를 연구하는 자부심만으로 버티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고 토로했다. 현재 비정규직 연구인력의 월급여(세후)는 200만원 이하 수준이고 정규직 전환 역시 하늘의 별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게 현실이다.
특히 2010∼2015년8월 퇴직한 연구원 2978명 가운데 비정규직은 무려 80.3%(2391명)에 달한다. 지난해 연구회 산하 26개 연구기관의 비정규직 이직율은 34.2%로 정규직 이직율(5.5%)을 여섯 배 웃돌았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에 따르면 올해 7월 현재 연구회 산하 26개 연구기관에서 일하는 인력의 40%(2057명)는 비정규직이다.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가 정책 및 제도 개혁으로 이뤄지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크다. 정부가 미리 뼈대를 짜면 연구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자료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는 지적이다. C박사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가 국가정책과 상충되는 경우도 있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연구를 할 수 없다"며 "공무원이 연구 정책기여도와 만족도를 평가하는 '갑을 관계'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는 자연스럽게 국책연구기관의 연구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26개 연구기관 가운데 2010∼2014년 연구원 1인당 논문게재 실적이 연간 1편에 미치지 못한 기관은 60%(16곳)에 달한다. 이 마저도 연구원 자체 발간물 기준이다. 특히 국제 전문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지난 5년간 516편에 그쳐 전체(6577건)의 7.9%에 불과했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