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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의 전시포커스]세계 돌며 집을 그린, 별난 건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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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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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시절 전국 돌며 일러스트 시작, 여행 다니려 회사 그만둬
뉴욕·산토리니서 본 풍경 등 도시·건축 유쾌한 그림 담아
전시 부제 '실패의 기록'…더 좋은 건축을 위해
작년 배우 엄지원과 결혼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누구나 긴 여행을 꿈꾼다. 다양한 세상을 만나기를 원한다. 그러나 실제로 행동하는 사람은 드물다. '오영욱'이란 건축가는 행동했다. 대학시절부터 "좋은 건축물을 보러 다니겠다"며 지방 곳곳을 돌아다녔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여행 일러스트를 시작했다. 그는 자신이 보아온 공간과 자연, 건축물의 모습을 사진보다는 손맛 깃든 그림으로 남기는 게 좋았다. 졸업 후엔 3년간 건설회사에서 일했지만 여행을 하기 위해 그만뒀다. 일하며 모은 돈으로 여러 대륙을 횡단하며 1년 반을 떠돌았다. 그리고 2004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여운이 남았다. 낯선 곳에 오랫동안 정착해 그곳을 배우고 싶은 욕구가 컸다. 그래서 나이 서른이 될 때까지 2년 동안 바르셀로나에 가서 살았다.

오영욱 씨(39)는 건축사 사무소를 차려 설계 일을 하고 일러스트를 그리며 산다. 지난 10여 년 동안 여행하며 꾸준히 써온 글과 그림을 엮은 책이 일곱 권이나 된다. '오기사'란 이름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오랜 시간 그림과 건축일기를 기록하며 세상과 소통하며 지낸다. 지금도 틈만 나면 여행을 다닌다. 그런 그가 이번에 '작은 눈으로 바라 본 세상'이란 전시를 열었다. 여행하며 감동 받은 도시와 건축, 풍경을 유쾌한 일러스트에 담았다. 책과 모형, 작품을 통해 자신이 설계해온 건축물들도 볼 수 있게 했다.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 건물 벽면엔 작가가 그린 대형 일러스트 벽화도 보인다. 깨끗했던 옛 한강의 기억을 되살려 강 가운데 정수시설과 수영장이 있는 인공섬을 상상해 매직으로 그린 작품이다.


진화랑 벽면에 오영욱 작가가 그린 대형 일러스트 벽화. 깨끗했던 옛 한강의 기억을 되살려 강 가운데 정수시설과 수영장이 있는 인공섬을 상상해 매직으로 그려냈다.

진화랑 벽면에 오영욱 작가가 그린 대형 일러스트 벽화. 깨끗했던 옛 한강의 기억을 되살려 강 가운데 정수시설과 수영장이 있는 인공섬을 상상해 매직으로 그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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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 '산토리니', 그래픽캔버스

오영욱, '산토리니', 그래픽캔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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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맨 위줄부터 오른쪽 맨 아래줄로 이어지는 '서울의 산' 일러스트 지형도. 북한산부터 관악산까지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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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 씨를 지난 2일 서울 통의동 진화랑에서 만났다. 오씨는 "가볍고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며 "심각할지라도 결국 재밌게 살려고 그러는 게 아닐까"라고 했다. 그가 여행을 끝없이 하는 이유는 돈이 넘쳐서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계획을 하지 않은 편"이라고 말하는 그는 사실 글과 그림이 몸에 배어있는 베테랑 여행 작가였다. 또한 그 능력이 건축가로 살아가는 힘도 되고 있는 듯 했다. 그는 "하고 싶은 여행을 마음껏 할 수 있는 건 부모님을 부양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가 있다는 점일 것이다. 물론 큰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숱하게 여행하면서 건축가로서 그가 느낀 '도시'에 대한 생각은 이랬다. "도시는 어떻게든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닮는다." 오씨는 "세상 곳곳 좋은 곳들을 많이 다녀본 것 같다. 그 중에서 내가 한번 살아보고 싶은 곳이 일본이다. 왜냐하면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두드러진 차이점이 있다. 바로 건물과 도로의 경계 부분이다. 정말 깨끗하다. 일상에서 자기 영역을 확장해 집 앞 도로까지 볼 수 있는 인식이 있다"며 "꼭 일본을 따라갈 필요는 없겠지만, 랜드마크를 세우고 근대유산을 보존하는 것 만큼이나 도시에서 사람들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오씨는 올해 중국을 여섯 번 다녀왔다. 베이징, 상하이, 칭다오, 충칭 등을 둘러봤고 최근엔 난징을 다녀왔다. 중일전쟁 때 일본군대가 시민들을 무차별 학살한 곳이다. 그는 "난징 여행에서 제일 좋았던 건, 중국인들이 잘 웃지 않는데 그곳에선 웃는 사람이 많았던 점이다. 상처가 많은 도시일 것 같았는데, 어쩌면 최후의 승자는 웃는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전시장엔 따뜻하고 구불구불한 선으로 그려진 도시와 자연이 걸려 있다. 이 중엔 북한산에서부터 관악산까지 남-북을 연결해 그린 서울 지형도도 있고, 뉴욕과 산토리니에서 본 풍경, 산 속에 파묻힌 사찰 모습 등 다양하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장소가 있는지 물었다. 오씨는 "나는 콘크리트로 한옥을 만드는 식의 '가짜'를 싫어했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서양식 웨딩홀 같은 것도 그런 부류다. 그런데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좀 놀라웠다"며 "저급한 문화가 노골적이고 극단으로 치닫다 보니 아예 새로운 문화가 되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곳이었다"고 했다.

건축가 오영욱의 설계 건축 모형들. 내년께 지어질 청평 별장과 이태원 상가 건물이다.

건축가 오영욱의 설계 건축 모형들. 내년께 지어질 청평 별장과 이태원 상가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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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욱의 공공조형물 당선작 '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축소한 작품.

오영욱의 공공조형물 당선작 '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갔을까' 축소한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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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감동'과 '세상에 이로움'을 주기 위해 건축을 한다고 했다. 최근 파주출판단지 내 사옥과 청평의 한 별장 등 설계가 끝난 건물들이 내년께 완공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이태원에 있는 상가건물에 관심이 많다. 오씨는 "그동안 수없이 그린 구불구불한 그림에서 착안해 '콘크리트로 그림을 그려보자'고 마음을 먹었다"며 "구불거리는 곡선이 담긴 건축물이 나올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지금까지 많은 건축과 공공조형물 관련 공모전에 도전해왔다. 당선율은 10%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시장엔 그 중 하나인 '그 많던 반딧불이는 어디로 갈 수 있을까'라는 작품이 축소판으로 설치돼 있다. 가로로 길고 둥근 타원 속에 구멍이 뚫렸는데, 밤이 되면 마치 반딧불이가 날아오르는 것과 같은 형상이 나타난다. 오씨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실패의 기록: 삶을 가장 잘 사는 방법'"이라며 "건축을 계속할 생각이고 지금까지 여행을 하고 그림을 그려온 것도 모두 더 의미 있는 작업을 위해 필요한 단계인 듯하다"고 했다.

지난해 5월 오씨는 유명 여배우 엄지원씨(38)와 결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혼 전 그는 엄 배우를 염두에 둔 '청혼-너를 위해서라면 일요일에는 일을 하지 않겠어'란 연애에세이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는 "지인을 통해 아내를 알게 됐다. 결혼 한지 1년 3개월 정도 됐는데 지금도 연애하는 기분"이라며 "현명하고 좋은 친구다. 서로의 영역에 크게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응원하고 지지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전시는 10월 3일까지. 02-738-757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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