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인분 교수'에 대한 '공분'이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가해자뿐만 아니라 이 사건에 가담한 다른 제자들의 신상도 커뮤니티 게시판에 공개됐다. 피해자가 교수가 되기 위해 가혹행위를 견딘 것으로 전해지면서, 교수가 제자들의 목줄을 쥐고 있는 우리나라 대학의 왜곡된 구조에 대한 지적이 쏟아졌다. 이참에 교수가 '갑질'하는 대학의 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충격을 준 것은 학대에 동원한 방법이었다. 이 교수는 지난 2013년부터 야구방망이로 피해자를 때렸고 손발을 묶고 얼굴에 비닐봉지를 씌운 채 호신용 스프레이를 얼굴에 뿌렸다. 또 인분을 모아 10여 차례에 걸쳐 강제로 먹게 했다고 한다. '인분 교수'라는 구린 별칭이 붙은 이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피해자를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기도 했다. 직접 가해에 나서지 못하면 카카오톡으로 따귀 몇 대를 때리라고 다른 제자에게 사주했으며 이를 인터넷 방송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하기까지 했다.
분노는 가해자들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16일 각종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는 'OOO 디자인학부 장OO 교수, 정OOO, 김OO, 장OO 사진'이라는 제목으로 교수와 공범 제자들의 신상이 자세히 정리된 글이 올라왔다. 이 교수가 연구비를 빼돌려 여제자의 등록금과 오피스텔 임대료를 대신 내줬다는 의혹도 불거졌다.
해당 학교에서는 학생에게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해 학교 명예가 실추됐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가해 교수가 한 정당에 속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색을 띈 온라인 댓글도 나왔다.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됐지만 '인분'이 준 충격 때문인지 가해자에 대한 신상털기는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은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오히려 논의는 대학의 고질적인 병폐에 대한 지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각 학교에 갑질하는 교수가 너무나 많다. 석·박사 논문 지도교수의 횡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모두 신고 받고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번 '인분 사건'이 대학의 환부를 도려낼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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