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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만리]5味 좋은거…U광주, 혀끝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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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산을 품은 빛고을 광주여행의 시작은 맛이다. 김치, 보리밥, 떡갈비, 한정식, 오리탕 등 광주五味가 그 중심이다. 맛깔스럽게 한 창 차려진 남도음식을 맛보다 보면 자칫 여행은 뒤로 밀릴지도 모른다.

무등산을 품은 빛고을 광주여행의 시작은 맛이다. 김치, 보리밥, 떡갈비, 한정식, 오리탕 등 광주五味가 그 중심이다. 맛깔스럽게 한 창 차려진 남도음식을 맛보다 보면 자칫 여행은 뒤로 밀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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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용준 여행전문기자]여행은 많은 사람들에게 설렘을 줍니다.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즐겁습니다. 여행의 대상도 개인에 따라 다르죠. 강과 산, 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에 흠뻑 젖는 사람, 체험을 즐기는 사람, 요즘 대세로 떠오른 먹방여행까지 다양합니다. 이 중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키는 것은 바로 '맛'일 겁니다. 아무리 좋은 풍경이나 웰빙을 즐겨도 '맛'을 놓쳤다면 왠지 허전하거나 여행을 망친 기분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지요. 그래서 여행 좀 한다는 사람들은 '맛집'을 먼저 정하고 주변 여행지를 찾는다고 합니다. 다른 것은 조금 부족해도 '맛'은 확실히 챙기겠다는 뜻이겠죠. 전남 광주로의 여행은 허리띠부터 풀고 시작하는 것이 좋을 만큼 맛은 확실합니다. 송정리떡갈비, 오리탕, 한정식, 보리밥, 김치 등 광주 오미(五味)가 입과 눈을 즐겁게 하고도 남습니다. 참 젊음의 열기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광주 하계유니버시아드 개막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맛과 볼거리 그리고 각국 젊은이들의 열정 넘치는 경기까지. 일석삼조의 즐거움이 가득한 그곳, 지금 광주로 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숯불에 구워지는 송정리 떡갈비와 유기농야채의 찰떡궁합
송정리떡갈비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새송정떡갈비'에서 구워낸 한우떡갈비

송정리떡갈비 골목의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새송정떡갈비'에서 구워낸 한우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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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송정역에서 3분만 걸어가 보자. 15곳의 식당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송정리 떡갈비 골목'이 나온다. 식당에서 풍겨 나오는 기름지면서도 고소한 냄새에 입에는 벌써 침이 한가득 고인다.
떡갈비는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섞어 네모난 모양으로 만든 뒤 석쇠를 얹어 구워내는데 그 맛이 야들야들 담백하다.

송정리 떡갈비는 60여년 전 고(故) 최처자씨로부터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소고기를 다지고 채소와 양념을 섞어 넓적하게 구워 냈는데, 장 보러 나온 사람들 사이에 큰 인기를 끌었다.

떡갈비 비법은 몇몇 사람들에게 전해져 인근에 하나둘 떡갈비 식당이 들어섰고 마침내 골목이 형성됐다.
송정리 떡갈비는 원래 소고기를 다진 뒤 마늘, 파, 생강, 배 등 20여가지 양념과 섞어서 연탄불에 구워냈다. 하지만 지금은 '떡갈비'라고 하면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혼합한 것을 말한다.

돼지고기를 섞은 떡갈비는 맛이 훨씬 부드럽고 담백하다. 예전처럼 소고기만 사용한 것은 '한우 떡갈비'라고 부른다.

33년째 떡갈비 골목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인 '새송정 떡갈비'의 오명숙 대표는 "떡갈비는 한우 떡갈비에 비해 빛깔이 연하고 맛이 더 부드럽지만 고소함은 한우 떡갈비가 더 좋다"고 말한다.
송정리 떡갈비

송정리 떡갈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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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갈비와 잘 어울리는 유기농야채쌈

떡갈비와 잘 어울리는 유기농야채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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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진 떡갈비는 먹음직스러운 살코기와 고소한 냄새로 시각과 후각을 먼저 자극한다. 원래 상추에 싸 먹지만 새송정은 직접 키운 유기농 채소 쌈을 내놓는다. 100여가지가 넘는 채소들이 철마다 다르게 제공되며 시중에서 볼 수 없는 약이 되는 채소가 많다.

냉장고의 채소쌈은 갖다 놓기 무섭게 손님상으로 나간다. 떡갈비보다 야채를 먹기 위해 오는 손님도 있을 정도라고 주인장은 귀띔한다.

떡갈비 쌈을 푸짐하게 싸서 한입 먹으면 입맛 까다로운 이들도 단번에 이 골목의 단골손님이 된다. 담백하고 달콤한 맛에 젓가락을 놓을 틈이 없다. 여기에 쌉싸름한 채소가 더해져 느끼하지 않으니 자꾸 손이 간다.

식당에선 갈비탕 같은 뼈국물을 함께 내놔 떡갈비의 풍미를 더한다. 돼지 등뼈를 토막 내 무와 함께 푹 삶아 내는데 국물 맛이 개운해 기름진 떡갈비를 먹을 때 한술 떠먹으면 그만이다. 한 상 가득 차려진 반찬도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다. 떡갈비를 먹은 후 식사로 즐기는 생고기 비빔밥도 별미다.

◇걸쭉한 국물과 찰진 살, 미나리의 삼색 궁합, 광주 오리탕
걸줄한 국물과 미나리 맛이 일품인 오리탕

걸줄한 국물과 미나리 맛이 일품인 오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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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몸을 달래주는 보양식 중 오리탕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광주 오미 중 한 자리를 차지한 오리탕이면 그 맛은 먹어보지 않아도 짐작할 만하다.

광주 오리탕은 들깨즙으로 맛을 낸 걸쭉한 국물에 미나리를 듬뿍 곁들여 먹는 것이 특징이다. 들깨가루 초장에 잘 익은 오리와 숨이 죽은 미나리를 찍어 먹는데 그 맛이 일품이다.

광주 유동 오리탕거리에 맛집들이 몰려 있다. 어느 집으로 가도 맛난 광주 오리탕을 맛볼 수 있다. 하지만 열에 아홉은 '영미오리탕'을 첫손에 꼽는다.

오리는 육질에 알칼리성의 수용성 지방분이 함유돼 성인병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특유의 냄새 때문에 안 먹는 사람들도 있다. 이는 제대로 된 조리법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영미오리탕 주인장인 김증지(76)씨는 말한다. 요리하기에 따라 닭고기보다 더 부드럽고 연한 것이 오리고기라는 이야기다.

냄새를 제거하는 방법은 내장 속의 기름 샘과 꽁지 부분의 지방을 완전히 없애고 들깨로 요리한다. 오리는 42~43일 정도 키운 것을 사용한다.

김씨는 "43일보다 하루만 더 지나도 육질이 질겨 지기에 철저하게 산지농장과 날짜를 맞추고 있다"고 설명한다.

극성스럽다 할 정도로 꼼꼼하게 좋은 재료를 구입해 손님상에 내놓는 걸 장사의 기본된 진실이라고 강조한다.
손님상에 나가기전 들깻물을 넣어 한 번 끓여내는 오리탕

손님상에 나가기전 들깻물을 넣어 한 번 끓여내는 오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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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싱한 오리가 준비되면 들깨를 갈아 체에 걸러 들깻물을 내려 2시간 정도 숙성한다. 여기에 된장, 고춧가루, 마늘을 넣고 뚝배기에 푹 달인다. 미나리는 먹을 때쯤 넣어 숨을 죽여 끓여낸다.

잘 익은 오리 살을 한 입 먹으면 부드러우면서 쫀득한 식감과 입안에 착착 감기는 감칠맛이 일품이다.

세련된 맛은 아니지만 전라도 말로 표현하면 개미(감칠맛ㆍ입에 착착 감기는 맛)가 철철 넘쳐난다.

남은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아무리 죽진 밥도 고슬고슬해져 한 공기가 어느 새 후딱 비워진다. 오리탕은 한 마리(4만5000원)면 4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 여성들이라면 반 마리(2만8000원)만 주문해도 2~3인은 거뜬하다.

◇향수 달래주는 보리밥과 남도 한정식 그리고 김치
남도김치의 맛을 잘 말린 '조선한정식'의 김치

남도김치의 맛을 잘 말린 '조선한정식'의 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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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시절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지겹도록 먹어야 했던 천덕꾸러기 음식, 보리밥. 하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 광주의 둘도 없는 웰빙 건강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무등산 자락 지산동에는 추억의 보리밥 거리가 있다. 지긋지긋했던 가난을 상징하던 음식이어서 사람들이 쳐다보지 않을 것 같지만 사람들은 배가 고프면 옛날 어려웠던 시절을 떠올리며 보리밥을 찾고 있다.

보리밥 거리의 보리밥정식은 그냥 단출하게 차려 나오는 것이 아니라 스무 가지 반찬이 푸짐하게 딸려 나온다. 보슬보슬하게 지은 보리밥 위에 갖은 나물 올려 고추장과 비빈 다음 시퍼런 열무 이파리에 감싸 먹어야 광주 보리밥정식의 맛을 알 수 있다.
무등산 보리밥 거리의 보리밥정식

무등산 보리밥 거리의 보리밥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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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식과 김치도 빼놓을 수 없는 광주의 대표 먹거리다. 남도 음식은 멋과 풍류라고 말한다. 남도의 옛사람들은 음식의 색깔까지도 중요시했다. 그저 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색깔을 음미하고 그 색깔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내는 풍류까지 즐겼다. 이런 멋과 풍류는 한정식 상차림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양반들이 많이 살았던 지역이다 보니 상차림 자체가 풍부하고 기본 반찬의 수도 많다.

전통음식 기능인인 김은숙 조선한정식 대표는 "상다리가 휘어질 만큼 인심 좋게 한 상을 차려 내는 광주 한정식은 예향의 도시다운 최고 음식"이라고 말한다.

이곳의 한정식은 계절별로 나오는 제철음식과 당일 준비한 신선한 육사시미, 싱싱한 횟감이 중앙에 자리한다. 남도의 맛을 느낄 수 있는 홍어찜, 서대찜, 연포탕, 홍어삼합, 굴비 등 한 상 가득한 음식은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조선한정식'에서 내놓은 남도 한정식 상차림

'조선한정식'에서 내놓은 남도 한정식 상차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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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선한정식 상차림에 포함된 떡갈비, 오리, 보리밥, 김치 등은 한 자리에서 맛보는 광주 오미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도음식은 발효다. 김치와 젓갈의 종류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다. 광주를 중심으로 한 남도김치는 맛과 풍미가 뛰어나며 그 맛이 매콤하면서도 걸쭉한 것이 특징이다.

김 대표의 또 다른 직함은 김치명인이다. 그가 만들어내는 남도 전통김치도 수십여 종에 이른다. 이 중 배추김치, 총각무, 갓김치, 물열무김치, 얼가리 등은 재료 본연의 맛이 잘 살아있어 맛깔스럽다.
배추김치, 얼가리, 알타리, 갓김치, 물열무김치 등 정성스럽게 만든 김치들이 맛깔스럽다

배추김치, 얼가리, 알타리, 갓김치, 물열무김치 등 정성스럽게 만든 김치들이 맛깔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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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하나뿐인 김치 테마파크 '광주김치타운'에서는 하계 유니버시아드 기간인 3일부터 오는 14일까지 김치축제를 연다.

광주(전남)=글ㆍ사진 조용준 여행전문기자 jun21@

◇가는길= 수도권에서 간다면 경부고속도로와 천안~논산 간 고속도를 타고 가다 호남고속도로를 이용해 광주로 간다. 용산역에서 광주 송정역까지 KTX가 개통돼 광주여행이 가까워졌다. 문의 광주광역시청 관광진흥과(062-613-3633)
광주 오미거리

광주 오미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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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무등산 옛길 탐방로가 잘 꾸며져 있다. 양림동 근대문화거리와 의재미술관, 대인예술시장, 남도향토음식박물관, 증심사, 국립5ㆍ18민주묘지 등을 찾아볼 만하다. 특히 옛 전남도청 자리에 세워지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복합 문화 시설로 오는 9월 정식 개관한다. 문화창조원과 어린이문화원, 문화정보원, 예술극장 등이 들어선다. 모든 시설을 지하에 배치해 지상 부지를 옥상 정원으로 꾸민 구조가 독특하다. 광주유니버시아드 기간 동안에는 임시 개관한다. 한국관광공사는 대회에 맞춰 광주 볼거리, 먹거리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양림동근대문화거리에 있는 이장우가옥

양림동근대문화거리에 있는 이장우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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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문화전당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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