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친박계의 움직임은 단순한 불만이 아닌 당권 투쟁의 측면이 크다. 당 내 입지가 밀리고 있는 친박이 내년 총선과 더 나아가 대선을 위해 권력 지형의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여기서 유 원내대표가 나가며 친박계가 부활할 경우 당장 反박, 비박계는 공천권 확보에 제동이 걸리게 된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김 대표의 입지가 약해져 오픈프라이머리가 흔들릴 경우, 내년 총선 공천권은 박 대통령과 친박계의 입김에 절대적 영향을 받을수 밖에 없다. 비박계 재선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는 각자 의원들의 상황에 따라 득실을 따져봐야겠지만, 일단 친박의 영향력은 차단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공천권 싸움에서 밀리 경우 '친박연대'와 같은 독자노선을 택할 가능성이 있지 않느냐는 관측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비박계가 현재 최악으로 예상하는 상황은 두 가지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와 김무성 체제의 붕괴다. 이에 대해 비박계는 유 원내대표가 나가면 김 대표의 당 장악력이 떨어지긴 하겠지만, 체제가 무너지는 선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명분이나 구심점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친박연대는 2008년 18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한 친박 인사들이 '친박연대' 혹은 무소속으로 출마해 총 26명이 당선된 것이다. 당시 친박연대는 '박근혜'라는 명분과 구심점이 있었다. 하지만 비박계의 경우 김무성계, 유승민계, 친이(친이명박)계 등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다르다.
또 의원들 개개인이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이라는 상징성을 버리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박계 초선 의원은 "내년에 가서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며 "의원 각자가 분위기를 보고 당내에 있을지, 당외에 있을지, 어디에 줄을 설지 고민할 것이다"고 말했다.
전슬기 기자 sgju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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