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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의 世.市.人]정보의 마태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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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정병선 성균관대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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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합리성에 기반을 둔 '효율적 시장 가설(Efficient Market Hypothesis)'은 주식시장을 둘러싼 모든 정보는 곧바로 노출되며 투자자들은 이 정보를 모두 다 고려해서 움직이기 때문에 ‘주가는 이용 가능한 정보를 충분히, 즉각적으로 반영한다’는 명제를 제시한다.

따라서 효율적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주가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시장 평균 이상의 수익을 내는 것도 불가능하다. '완전시장(Perfect Market)'을 전제로 한 이 이론은 비현실적인 가정과 검증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현대 금융이론을 형성하는 절대적인 원리로 시장을 지배해 왔다.
이 가설을 처음으로 주창(主唱)한 시카고 대학의 유진 파마(Eugene F. Fama)교수는 자산가격의 경험적 분석에 기여한 공로로 2013년 노벨경제학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가히 혁명적인 ‘정보문명’을 누리고 있는 현대사회이지만 정보격차(Digital Divide)현상은 의외로 심각하다.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은 성경 마태복음의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다'는 구절에 이어 나오는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구절을 인용하여 사회경제적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마태효과(Mattew Effect)’라 이름 지었다.
주식시장에서 정보는 시세의 원천이다. 사실상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장악하고 있는 서울증시에서도 정보의 마태효과는 엄밀하게 실증된다. 정보의 수집과 분석, 적용의 전 과정에서 투자 주체 간 정보격차는 극명하여 정보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외국인과 기관이 시세를 만들면 개인 투자자는 이를 새로운 정보로 인식하고 추종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가격위험은 추종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된다. ‘정보 있는 자는 정보를 받아 더욱 풍족하게 되고 정보 없는 자는 가진 정보까지도 빼앗긴다.’ 는 마태효과는 불길한 예언처럼 어김없이 작동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개인투자자는 서울증시에서 늘 정보의 숙명적 ‘주변인”으로 전락하고 만다. 일찍이 노자는 도덕경에서 “하늘의 도는 여유 있는 데서 덜어다 부족한 쪽에 보충해주는데, 사람의 도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부족한 쪽을 착취해서 여유 있는 자에게 바친다(天之道 損有餘而補不足 人之道 則不然 損不足而奉有餘)고 한탄했는데, 인간의 욕망이 첨예하게 각축하는 주식시장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은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한 선택(Adverse Selection)‘을 유도하고 그 결과는 거의 치명적이다.

한국거래소는 오는 6월15일부터 가격제한폭을 ±15%에서 ±30%로 확대하는 내용의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업무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한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17년 만에 나온 이 규제완화 조치는 정보의 가격반영 속도를 높이고 그 범위를 확대하여 시장의 효율성을 제고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정보에 어둡고 리스크 관리가 서툰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시장에서 정보약자(弱者)는 늘 ‘무력한 피해자’로 속절없이 추락하기 때문이다.

장자(莊子)는 “성인은 자신의 지혜가 아니라 하늘의 이치에 비추어 판단한다(照之于天)”라는 언명을 통해 밝은 지혜로 과오가 없는 행동을 하려면 일체의 선입관이나 고정관념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할 것을 촉구했다.

장자의 이 예지(叡智)는 시공을 뛰어넘어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에 닿는다.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경구(警句)로 우리에게 익숙한 그는 저서, ’신기관(新機關, Novum Organum)‘에서 올바른 판단에 이르기 위해서는 ’종족·동굴·시장·극장‘의 네 가지 이돌라(Idola: 우상,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찰과 실험을 중시하고, 개별적 경험에 근거를 두는 귀납법을 제창한 그는 혹한 속에서 닭의 배에 눈과 얼음을 채워 넣는 방부(防腐)실험을 하다가 독감에 걸려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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