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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무인간]초저금리시대, 빚테크 과열‥채무인간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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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은정 기자]대한민국은 빚을 내는 사회인가? 빚을 갚는 사회인가?
1%대 초저금리 시대, 빚이 대한민국의 최대 화두가 됐다. 한쪽에서 폭증하는 가계빚과 나랏빚을 걱정하고 있다면 또 다른 쪽에선 빚테크에 주력하는 채무인간들이 늘고 있다. 집을 사기 위해 빚을 내는 서민은 물론 재테크의 수단으로 빚을 내는 서민도 많아졌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지는 서민들도 적잖다. 개중에는 빚을 없애는 게 최고의 재테크라며 채무 갚기에 나선 서민도 있다. 한국 사회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저금리 시대의 단상이다.

초저금리 시대로 진입하기 전만해도 서민들의 종잣돈 마련 공식은 저축이었다. 한푼두푼 알뜰히 모은 저축을 기반으로 결혼자금과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초저금리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같은 공식은 무용지물이 됐다. 시중은행 예·적금 이자로 자산을 증식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산 증식의 해법을 찾기도 어려운 와중에 전셋값이 빛의 속도로 뛰고 있다는 데 있다. 채무인간이 폭증하게 된 주요 배경인 셈이다.

회사원 박일형(39)씨도 그런 경우다. 그는 최근 5년 거치, 25년 상환조건에 4억원을 대출 받아 서울 서초구 신반포아파트를 샀다. 박씨는 "주거에 목돈을 묶어두기보다 전세로 살면서 인생을 즐기고 싶었는데 뛰는 전셋값을 따라가기 벅찼다"며 "초저금리 시대에 전셋값 걱정을 하느니 대출받아 내 집을 마련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재건축이 예정대로 진행돼 집값이 뛴다면 더 좋겠다고 생각해 대출금을 좀 더 받아 신반포아파트를 샀다"며 "만약 기대만큼 안 오른다면 살면 되니 큰 문제가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미경(37)씨도 내 집 장만을 고민하고 있다. 전세 계약기간이 끝나가고 있어서다. 조 씨는 "전셋값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며 "전셋값도 대출받아야 할 상황이라 조금 더 받아 집을 살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씨 처럼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연일 폭증하고 있다.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418조4000억원으로, 전달보다 4조8000억원 늘었다. 속보치 성격의 이 집계가 개시된 2008년 이래 3월 중 증가폭으로는 역대 최대치다. 예년 3월 중 증가폭 평균(1조6000억원)의 3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작년 3월 증가액(8000억원)보다는 무려 6배 많은 수치다.

더 과감해진 채무인간도 늘고 있다.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든 개미들이 대표 사례다. 16일 기준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조782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말 2조5364억원보다 49%이상 급증한 수치다. 특히 코스피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3조3321억원보다도 4000억원 이상 많다. 시장 규모에서 코스닥은 코스피의 15%밖에 안 되지만 빚내서 하는 투자는 오히려 더 많은 것이다. 주가 급변으로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된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가량 늘었다.

인천 지역에 거주하는 교사 이영현(32세)씨도 최근 3000만원을 대출받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초 1000원대일 때 투자했던 코스닥 종목이 1만원까지 뛰었다는 지인의 권유에 대출을 받아서라도 투자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그동안 빚이라면 겁부터 냈지만 요즘같은 시대에 가만히 있는 내가 바보처럼 여겨졌다"며 "이자 부담이 적을 때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리인상이나 금융 위기와 같은 돌발 상황이 생길 경우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상환 능력이나 상환계획 등을 꼼꼼히 따져본 후 대출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합수 국민은행 명동스타PB센터 팀장은 "과거엔 저축을 통해 차근차근 자산을 불리는 게 일반적이었다"며 "하지만 초저금리 시대가 전셋값 급등이라는 부동산 시장의 기이 현상과 증시 상승세와 결합하면서 빚을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진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박 팀장은 "하지만 구매력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빚을 낸다면 우리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가 있는 만큼 상환능력을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정 기자 mybang2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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