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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30대가 '어쩔 수 없이' 집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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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전셋값에 주거부담 가중 … 매매전환 수요 늘어
대출금리 낮춰 집 사라 유도하는 정책 부작용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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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주택시장에서 30대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더 이상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끝났다'고 믿는 이들이지만 '그래도 내 집 하나는 있어야 된다'는 절박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새로운 주택 구매층으로 떠올랐다.
금융위기 이후 젊은 층이 집을 사지 않으려 했던 것은 집값이 급락하면서 고통을 겪는 하우스푸어를 지켜본 경험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들 젊은 세대조차 집을 사는 쪽으로 돌아서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더 큰 문제는 집값의 상당 부분을 빚으로 충당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 줄어도 집값 안 떨어진다?= 그동안 일부 부동산 하락론자들은 이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는 2020년부터 아파트값 하락세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주장을 펼쳐 왔다. 아파트 가격이 소득 수준에 비해 과도하고 집보다는 현금이 필요한 은퇴한 노령인구가 많아지는 데다 인구 자체가 줄어든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소득수준과 주거만족도 향상, 주택 수요층의 변화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수급 상황만을 따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국감정원도 지난해 11월 주택 수요층과 인구 구성, 주택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국내 부동산시장이 최소한 10년 이상은 일본의 장기침체와 같은 전례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베이비부머의 자녀인 에코세대가 2025년까지 연평균 60만명 정도 주택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소형 가구는 빠르게 증가하는 반면 60세 이상 고령 인구의 주택 처분율이 높지 않아 2030년까지 연평균 35만가구 이상 신규 수요가 지속될 것이라는 예측이었다.

이미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주력 세대가 기존 40~50대가 아닌 30대 젊은 세대로 바뀌는 구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이달 초 분양한 서울 광진구의 '래미안 프리미어 팰리스'는 이례적으로 청약 당첨자 가운데 30대 비중이 40% 이상을 차지했다. 40대 비중은 30% 정도였다. 분양 관계자는 "청약시장의 경우 전통적으로 40대 비중이 높았는데, 30대 비중이 더 높아진 점은 과거와 확연히 달라진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주택 보급률 높아진 만큼 주거비용도 올라=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주택보급률은 103.0%로 전년보다 0.3%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주택 매매가격지수는 101.8로 일년 전보다 1.71% 오르고(변동률) 전세가격지수는 108.5로 전년 대비 3.40% 상승했다.

특히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112.5로 5.19% 올라 주거비용, 그중에서도 전셋값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세가격은 앞으로도 높은 상승세를 유지하고 월세가격은 하락하더라도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가계의 주거부담은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높아진 전셋값은 자연스럽게 집을 사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온다. 집값 대비 전세금 비율이 높아질수록 은행 대출을 조금만 더해도 집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거비용에 대한 부담은 월세>전세>자가 순으로 높아지는데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근접하는 최근과 같은 상황에서는 주택을 소유하고 있을 경우 주택가격 변동 시 주거소비 수준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은행 담보대출을 끼고 주택을 구매할 때와 주택 가격의 80~90%에 육박하는 전셋값을 부담하고 살고 있을 때 주택가격이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후자의 위험 부담이 더 커지기 때문에 전세보다 자가로 사는 편이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과도한 30대 대출, 또 다른 하우스푸어 우려도= 30대가 주택 매매에 나서고 있다지만 이는 어느 정도 자산을 확보한 젊은 층 일부에 국한된 얘기일 뿐 아직 시장의 대세는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 효과로 인해 주택거래가 확대되고 있기에 무리한 가계부채 증가가 자칫 하우스푸어를 양산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찮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월 디딤돌대출 실적은 7230건, 대출액은 7210억원이었다. 1월보다 건수와 금액이 각각 8.0%, 14.8%나 증가했다. 지난해 1월 서민 무주택자를 위해 첫 출시된 디딤돌 대출은 4332건(3956억원)의 실적으로 출발해 상승세를 타다 10월 1만435건(1조93억원)으로 최고점을 찍었고, 이후 겨울 비수기와 맞물리며 하락세를 보이다 올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기초생활수급자나 연소득 5000만원 이하 서민 등을 위해 올해 1월 출시한 버팀목 전세대출 역시 지난 2월에만 8360건, 대출액 3492억원을 기록하며 시행 첫달보다 각각 16.4%, 22%나 급증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대출금리가 더 낮아지면 향후 대출액은 더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매매시장이 모처럼 들썩이는 건 반길 만한 일일 수 있지만 "빚을 내서 집을 사라"며 인위적으로 집값을 띄우는 현 정책의 후유증을 간과해서도 안 된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수출산업과 대기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경제구조상 거시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데 집값만 나홀로 오를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엔 집값이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자금 여력이 탄탄하지 않은 30대가 쫓기듯 무리하게 집을 샀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향후 금리인상 등 외부 변수에 주택시장이 취약해질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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