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 회계법인 졸업요건 평가서 '자금조달 가능성' 관련 애초 '유보'에서 '가능'으로 표현 번복
산업은행 등 채권단 지난해 10월23일 "졸업요건 충족했다"고 발표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매각 작업이 진행되는 금호산업의 워크아웃 졸업 요건에 대한 회계법인의 평가(설명)가 막판 뒤바뀐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워크아웃 졸업의 핵심 사항인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해 처음에는 '유보적'이었다가 '가능하다'로 바뀐 것이다. 매각 작업을 서두르기 위해 채권단이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6일 금호건설 채권단 실사보고서 자료에 따르면,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금호산업 워크아웃 졸업요건 중 제1 조항인 '정상적 자금조달 가능 현황(가능성)'에 대해 처음에는 '요건 충족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불필요한 상태'라고 밝혔다. 사실상 판단을 유보한 것이다.
하지만 이후 수정된 보고서에서는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판단이 달라졌다. 수정된 보고서에는 "자체 신용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로 표기돼 있다.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회계법인의 판단이 '어렵다'에서 '가능하다'로 바뀐 것이다.
지난해 8월부터 2개월여 간 금호산업 워크아웃 졸업 가능성 여부를 실사했던 삼일회계법인은 10월23일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 14층 대회의실에서 오후 2시께부터 실사보고서를 토대로 채권단에게 실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오후 6시께 채권단은 "실사 결과 워크아웃 조기졸업 요건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워크아웃 졸업을 위한 7가지 요건 중 다른 조건들이 모두 충족되더라도 자금조달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없을 경우 워크아웃 졸업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돼 있다"며 "채권단 회의에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 발표를 듣고 난 후 일부 채권단에서 해당 표현에 대해 불만족스러움을 표현하자 표현이 바뀐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금호산업의 자체 신용을 통한 자금조달 능력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국내 신용평가회사인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금호산업의 최근 신용등급 평가 실적은 찾아볼 수 없다. 2012년 4월 기준 무보증회사채 등급과 2010년 6월 기준 기업어음 등급은 각각 CCC, C다. 모두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은 투기적 등급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자체신용으로 인한 자금조달이 필수 요건인 만큼, 사례 등이 없어 정확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추가적인 실사를 벌이거나, 졸업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인정하는 게 맞다"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측이 금호산업 매각을 서둘러 진행하기 위해 무리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선태 기자 neojwalk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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