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5일)는 총기 난사로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그끄제(23일)는 천안에서 일가족이 어느 침입자의 칼부림에 쓰러졌다.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빚어진 참사는 이뿐만이 아니다. 층간 소음 살인, 묻지 마 폭행, 차량 시비…. 영화보다 더 공포스러운 현실에 누구는 개인의 도덕적 일탈을 꾸짖고, 누구는 각박한 세태를 질타한다. 과연 우리 사회의 우울과 불안과 좌절이 '격분 사회'에서 자유로울 수 있냐고.
"생물학적으로 분노는 불안과 공포로 인해 '편도체 납치'가 일어나면서 이성의 뇌가 마비되는 현상…화를 느낄 때는 '내가 지금 화가 나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 그러니 기분 좋은 생각으로 바꾸어야지 하고' 자기 암시를 해야 한다."
'톰 소여의 모험' 작가 마크 트웨인은 불같은 성격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서랍을 이용했다. 누군가에게 화가 났을 때 그를 저주하는 편지를 써서 바로 부치지 않고 사흘간 서랍에 넣어 두었다가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을 때 보냈던 것이다. 감히 비교하면, 저 모니터 메모는 마크 트웨인의 서랍이다. 서랍이 분노를 삭혔던 것처럼 메모는 화를 다스리는 주문이다. 작은 분노가 쉽게 용인되는 사회는 결국 큰 분노에 신음한다. 격분 사회를 살아가는 지금 우리에게는 작은 분노를 가둬둘 마음속 서랍이 절실하다.
이정일 금융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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