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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에서]중요한 이메일만 보여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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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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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이런저런 행정적 책임을 맡은 다음부터 이메일이 사정없이 밀려들고 있습니다. 하루에 평균 100여통이 쌓입니다. 하루 종일 카카오톡, 문자, 전화와 씨름하다 보면 메일 확인은 대개 저녁 무렵이 되어서야 가능한데, 참고만 하면 되는 것과 답장을 꼭 해야 하는 것을 구분하느라 꽤 시간을 씁니다.

그런데 이메일 홍수에 빠져 지내는 것은 저 혼자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재작년 통계에 따르면 평균적인 미국 직장인은 이메일을 처리하는 데 주당 13시간을 쓴다고 합니다. 하루에 전 세계에서 만들어지는 업무용 이메일이 무려 1000억개라고 하니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떤 회사는 메일을 '여는 데' 걸리는 시간을 아끼도록 하기 위해 메일 제목에 핵심적인 내용을 다 쓰도록 하는 규칙을 지니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IBM은 버스(Verse)라는 이름의 새로운 이메일 서비스를 출시했습니다. 아직 시험 운영중이기는 한데 이 서비스는 어쩌면 이메일 늪에서 사람들을 꺼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듯이 IBM은 왓슨이라는 인공지능 컴퓨터를 성공적으로 개발해왔습니다. 체스나 퀴즈, 의료진단에서 이미 사람들을 능가하는 성과를 나타낸 왓슨이 이제 이메일 분류에도 나선 셈입니다. 구글의 지메일도 스팸메일 분류에 일정한 인공지능을 사용하지만 IBM의 계획은 이를 크게 앞섭니다.

버스에 적용된 인공지능은 사용자의 페이스북, 트위터, 기존의 메일, 일정표, 비디오 채팅기록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근거로 사용자에게 요즘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군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 순서에 따라 메일을 분류합니다. 사용자는 중요한 사람이 보낸 이메일을 가장 먼저 읽게 되는 것이지요. IBM은 앞으로 답장이 필요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도 구별할 예정이랍니다.

꽤 편리한 서비스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내게 중요한 사람을 나 대신 알아낸다는 발상은 좀 거북하기도 합니다. 아무튼 인공지능은 이렇게 차근차근 우리 곁에 다가오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은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옥스퍼드대학 철학과의 닉 보스트롬 교수는 인공지능이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깊이 연구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에 따르면 미래는 상당히 비관적입니다. 짧은 지면에 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논증에 따르면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은 결국 인류의 멸망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 솔 펄머터를 비롯하여 그야말로 기라성같은 지식인들이 '퓨처 오브 라이프 인스티튜트(FLI)'라는 단체를 만들어서 인공지능 연구의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데에는 보스트롬 교수의 주장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러한 목소리에 저명한 인공지능 연구자들 스스로가 동참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주목할 만한 점입니다.

인공지능의 밝은 면에 주목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레이 커즈와일 같은 사람이 대표적으로, 그는 효율성이 극대화된 밝은 미래를 예측합니다. 그는 인류의 지성을 물려받은 인공지능이 전 우주로 퍼져나가는 세상을 꿈꿉니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모든 인간이 꿈꾸는 영생의 실현이 아니겠느냐는 것이 그의 주장입니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어떤 미래를 만들든 간에 어차피 인공지능 연구를 멈출 수 없게 되어 버렸다는 현실론을 펼치기도 합니다. 사실 인류가 사회적 합의를 근거로 어떤 분야의 과학연구를 멈춘 적은 거의 없습니다.

매우 느리고 비효율적인 삶을 살지, 아니면 내가 원하는 일을 나 대신 정해주는 인공지능에 의지할지 정해야 할 시간이 곧 올 것 같습니다.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습니다. 우선 밀린 이메일부터 좀 지우고 말입니다.

김도현 국민대 경영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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