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물러나고 은행장 그만둔 사건이었는데…이번엔 '스토리지ㆍ백업장치' 선정 공정성 시비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4일 차기 주전산기 기종을 IBM 메인프레임으로 선정했다고 밝혔지만 전산기 교체와 관련된 '스토리지ㆍ백업장치'에 대한 업체선정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주전산기 사업 재추진 관련 구매를 위한 제안 재공고를 내면서 참가 구분을 기존과 다르게 변경해 스토리지ㆍ백업장치 영역은 공고에서 제외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공고에서는 '유닉스'와 '메인프레임'으로만 구분했다. 2개 영역 중에만 제안 접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스토리지ㆍ백업장치 업체들은 경쟁입찰기회를 얻지 못한 셈이다. 공정성 시비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시중은행의 IT 관계자는 "주전산기 사업을 진행할 때 일반적으로 서버 등 주전산기 전환 구축과 스토리지ㆍ백업장치는 영역을 별도로 구분해 업체를 선정한다"며 "만약 국민은행이 이번 재공고에 구분을 안했다면 스토리지ㆍ백업장치는 향후에 따로 제한경쟁입찰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IBM이 메인프레임은 물론 스토리지ㆍ백업장치까지 공급하거나 또는 턴키방식과 비슷하게 스토리지 전문 협력업체까지 추천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IT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측은 "관련 내용을 정리해서 알려주겠다"면서 정확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금융권 IT 담당자는 "국내 제1금융 스토리지 시장의 경우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의 히타치 제품과 EMC코리아의 EMC 제품이 양분하고 있다"며 "IBM도 스토리지 제품이 있지만 현재 금융회사들이 사용하고 있는 스토리지 주력 기종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기존에 스토리지ㆍ백업장치 제한경쟁입찰에 참여한 업체들은 이번에는 입찰기회를 얻지 못했다. 문제는 그동안 입찰에 대한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때문에 수개월간 벤치마크데스트를 위한 비용을 투자했다는 것이다. 무상으로 임대장비를 제공하면서 입찰경쟁을 했지만 주전산기 사태가 터지면서 그 기회조차 잃은 셈이다.
IT업계 관계자는 "벤치마크데스트를 위해 장비를 임대해주고 이를 위한 설치, 운송, 인력지원 등에 소요된 비용견적으로만 따지면 3개월 정도만 해도 10억원 이상이 들어갔을 것"이라며 "국민은행이 재공고에서 입찰영역을 변경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지만 한순간에 입찰 기회를 얻지 못한 측에서는 공정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섭 기자 joas1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