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m 길이 우암 송시열 '대자첩' 22일 최초 일반 공개

우암 송시열의 '대자첩'에 담긴 글씨 ‘富貴易得 名節難保’(부귀이득 명절난보). 부귀는 얻기 쉬우나 명예와 절개는 지키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성균관대학교 박물관이 개관 50주년을 기념해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의 ‘대자첩’(大字帖)을 22일 오전 11시부터 최초로 일반에 공개한다.

이 글씨는 ‘富貴易得 名節難保’(부귀이득 명절난보, 부귀는 얻기 쉬우나 명예와 절개는 지키기 어렵다) 8자로 한 글자가 대략 89x90㎝, 전체 길이가 7m에 달하는 국내 서예사상 유명인사의 가장 큰 글씨다. 우암이 모함을 받았을 때 목숨을 걸고 스승의 변론에 앞장선 제자 농계(聾溪) 이수언(李秀彦·1636∼1679년)에게 써준 것으로 이 글귀는 '주자대전(朱子大全)' 54권에 나온 것이다.

1853년(철종 4년) 우암의 8대손으로 좌의정에 오른 송근수(宋近洙·1818∼1903)가 쓴 ‘대자첩’의 발문(跋文)에는 농계의 후손으로부터 이 글씨를 받아 첩(帖)으로 만들어 보물로 간직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성균관대는 1976년부터 이 대자첩을 소장해 왔으며 이번에 병풍형태로 제작해 이번에 처음 공개하게 됐다.

송시열(1607∼1689년)은 조선 후기(숙종·효종조)때의 문신이자 성리학자로 17세기 중엽 이후 붕당정치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서인 노론의 사상적 지주로 활동한 이다. 이이의 학통을 계승한 김장생과 그의 아들 김집의 문하에서 성리학과 예학을 수학, 기호학파의 학맥을 이었다. '주자대전(朱子大全)'·'주자어류(朱子語類)'의 연구에 몰두해 문집으로 '송자대전(宋子大全)' 등이 있다. ‘큰 글씨(大字)’ 서예로 유명하며, 담양 소쇄원의 '소쇄처사양공지려(瀟灑處士梁公之廬)', 명륜동 우암집터의 '증주벽립(曾朱壁立)' 등이 있다.

우암의 대자첩과 함께 개관 50주년 기념전시에는 퇴계 이황, 율곡 이이, 남명(南溟) 조식(曺植·1501∼1572) 등 조선 유학자들의 유묵(遺墨) 글씨도 12월22일까지 3개월간 전시된다. 또한 '명품도자 100선'을 주제로 박물관이 지난 50년 동안 수집해 온 고려·조선시대의 청자와 분청자, 백자들도 이 기간에 공개된다. 이 도자 컬렉션은 문방사우(文房四友)·초상화 등의 조선시대 선비유물, 고문서·탁본 등과 함께 성균관대 박물관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이번 기획전은 청자→분청자→백자로 이어지는 한국도자사의 발전과정을 시기와 형태를 주제에 따라 살펴볼 수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