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 회장 선출이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초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출입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말이다. 관료(재무부) 출신인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이 지주 회장에 유력하게 거론되던 때였다. 금융당국 수장의 이 한마디는 '사실상 모피아끼리 짜고 친 것 아니냐'는 시각과 함께 관치금융 논란에 휩싸였다. 며칠 후 KB금융 사외이사들은 임영록 사장을 만장일치로 KB금융지주 회장으로 뽑았다.
금융권에 관치와 낙하산 인사의 폐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MB 정부 시절 금융권에선 이른바 '4대 천왕'이 유명했다. 4대 금융지주 회장이 모두 MB맨으로 채워지면서 붙여진 별칭이다. 국가적으로 막중한 금융산업을 대통령 지인들에게 맡긴 후진적인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
경영능력과 전문성보다 권력과의 친소관계나 대선 논공행상에 따라 금융회사 수장이 결정되는 후진적 지배구조로는 우물 안 개구리 신세를 면할 길이 없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관치와 낙하산 인사는 경제대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게 은행산업의 낙후성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고형광 기자 kohk010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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