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돌아와 가만히 생각해보다가, 들소리란 이름을 누가 지었을까 궁금해졌다. '들소리'가 어떤 의미일까. 처음엔 궁궐이나 사대부들의 뜨락에서 즐기는 소리가 아니라, 민초들이 스스로 즐기며 놀았던 '들판의 소리'를 의미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꾸밈이 없으면서도 인간 본성을 흔드는 그 소리가 바로 들소리가 아니겠는가.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 낙엽지는 소리, 꽃지는 소리가 모두 들소리이다. 요컨대 자연처럼 자연스러운 음악을 추구하겠다는 다짐처럼 느껴졌다.
그러다가 문득 '들소리'는 바로 '들어오는 소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리가 저혼자 울리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와 노는 것이기에 가치가 생겨나는 것이다. 들소리가 있으면 날소리도 있으리라. 소리가 들고날면서 마음과 몸을 함께 움직이게 하는 그 활력이, 바로 국악이 외국 음악들과 크게 다른 점인지도 모른다. 신명은 바로 입신(入神)이기에 소리가 들어오는 것은 신명과 만나는 일이기도 하다. 다시 생각이 이어져서, 그냥 들어오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을 들어올리는 들소리가 아닐까 싶어졌다. 어깨춤이 절로 일어나는 것은 음악이 사람을 드는 것이다. 앉은 사람이 저절로 일어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신체적인 반응 뿐 아니라 마음을 들썩거리는 것 또한 들소리의 핵심이다.
음악은 음악의 입이 있으며 음악의 귀가 있으며 음악의 피부가 있다. 소리는 소리의 정령이 있고 소리의 관계가 있으며 소리만의 친밀이 있다. 들소리는 스스로 소리를 내는 집단이지만 객석의 소리를 듣고싶어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사람 속에 끼어들어가 그 심장들이 내는 소리로 진짜 쿵쾅거리는 무대를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이들이다. 그들에게 들소리는 심장과 심장 사이에 오가는 아름다운 내통의 소리일 것이다. 그들의 진가가 세상에 널리 깊이 알려지기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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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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