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연합은 여야 간 재합의 직후 6시간 가까이 의원총회를 열었으나 '유가족의 동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강경 목소리에 밀려 결국 재합의안 추인을 유보했다. 일각에서는 두 차례에 걸쳐 당과 유가족에게 외면당한 박영선 새정치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리더십도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새정치연합의 한 중진의원은 20일 "시한을 의식해 서둘러 합의한 측면이 있다"면서 "유가족과 여론의 비난만 더욱 안게 됐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이 유가족 의견을 따른다고 했으면 의견 조율을 해 여당과 협상에 임했어야 했다"면서 야당에 비판의 화살을 돌렸다.
이 같은 덫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단 새정치연합은 유가족 설득 작업에 나섰다. 새누리당은 이미 의원총회에서 일사천리로 세월호특별법 재합의안을 추인한 터라 여당을 상대로 재재협상을 요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야당은 이날 오후 늦게 열리는 세월호 유가족 총회 결과를 지켜본 뒤 다시 의원총회를 갖고 당론을 모은다는 입장이다. 유가족의 동의를 얻는 게 최대 관건이라는 판단에서다.
야당은 세월호 유가족을 설득하는 한편 유가족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여당도 압박하는 모습을 취하고 있다. 박 위원장은 "여야 합의가 완료되기까지는 유가족과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며 "여당인 새누리당도 성의 있는 노력과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유가족 총회에서 재합의안을 수용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새정치연합은 즉각 의원총회 추인을 거칠 방침이다. 이 경우 오는 22일부터 열리는 8월 임시국회에서 본회의 통과 가능성은 커진다.
반대의 경우 새정치연합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거의 없다. 새정치연합이 결국 추인 절차를 밟지 못한다면 당의 비대위를 이끈 지 3주째에 접어든 박 위원장은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일정도 파행이 불가피해진다.
새정치연합의 한 의원은 "세월호 정국을 돌파하려는 박 위원장을 비롯한 일부 지도부의 마음은 이해되지만 당 외적으로는 사전에 유가족과 충분히 대화하지 못한 점과 당내 강경파를 설득하지 못한 책임 역시 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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