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어린 시인들이 표현하고자 하는 무엇을 북돋워주고 살려주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그것이 시인지, 시 중에서도 어떤 것인지 등속의 품평은 않으셨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시인들이란 시에 대한 박사가 아니라 시에 대한 행위자들이기에, 반드시 시를 알고 있다고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춤을 추는 이가 춤의 개념을 알아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을 그리는 이, 건축을 하는 이도 자신의 작품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스승은 이미 시는 되었다 치고, 그 시를 돋우기 위한 퇴고만을 해주신 것이리라.
아침 햇살을 타고 방안을 굴러다니는 머리카락이나 실밥 한 올이 아름다워보이는 때가 있다. 군더더기는 이미 갖춰져 필요가 없게된 사소한 것들이다. 이른바 군식구요 더덕더덕 겹쳐 붙은 미운 놈이다. 그러나 삶의 진상은 혹은 완전한 아름다움은 저 필요없는 군더더기에 들어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군더더기가 없다는 것은, 무결의 미학을 만들어내긴 하겠지만, 인간이 지닌 허술하고 어설픈 삶의 진상들을 드러내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깔끔한 것은 때로 얄밉고 야박하다. 더구나 시는 그 스스로가 가끔 세상의 군더더기가 아닌가. 시인 또한 한 시대의 군식구이며 더덕더덕 불요불급의 문자를 덧붙이는 군소리꾼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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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편집에디터, 스토리연구소장 isomi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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