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벤처 1세대' 신화로 이름을 떨치던 팬택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날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팬택은 법원의 판단에 따라 회생과 파산의 운명이 갈리게 된다.
팬택은 12일 경영정상화 도모를 위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팬택은 이날 "기업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해 이날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게 됐다"며 "이해 관계자들에 사죄한다"고 밝혔다.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법원은 이날부터 1주일 이내에 팬택에 대한 채권·채무를 동결하고 1개월 이내에 법정관리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를 받아들이면 2~3개월간 회생계획안을 마련하게 되며, 청산을 결정하면 팬택은 보유자산을 팔아 채권은행, 이통3사, 협력사 등에 진 빚을 갚아야 한다.
1991년 무선호출기(삐삐) 사업으로 시작한 팬택은 1997년 5월 휴대전화를 처음 판매하며 삼성전자·LG전자와 함께 국내 휴대전화 업계 톱3로서 어깨를 나란히 해왔다.
'디카폰', '슬라이드폰', '가로본능폰' 등 인기 휴대전화를 내놓으며 글로벌 10위권 제조업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임직원의 절반 이상이 연구 인력인 팬택은 설립 후 기술 개발에만 3조원 이상을 투자했다. 이에 따라 출원 중인 특허를 포함해 팬택의 특허는 총 2만여 건에 이른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서 팬택은 국내 휴대전화 제조업체 3위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샐러리맨이었던 박 전 부회장이 전세금 4000만원을 종잣돈으로 만든 팬택이 매출 3조원의 글로벌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발전했다는 점은 벤처 창업자들의 귀감이 됐다.
지난 2007년 무리한 글로벌 시장 공략 등으로 1차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팬택은 연구개발(R&D) 투자와 신제품 개발 등으로 4년8개월 만인 2011년 말 1차 워크아웃 졸업에 성공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시장이 삼성·애플 양강 구도로 고착화되는 등 업황 악화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난 3월 1차 워크아웃을 졸업한지 2년2개월 만에 2차 워크아웃에 들어갔고, 이로부터 5개월 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하기에 이르렀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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