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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사업 아이디어도 '공모'하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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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철현 기자] 저금리ㆍ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면서 한계에 부딪힌 국내 은행들의 신사업 발굴 패러다임이 대변환기를 맞고 있다. 각 은행별로 신사업 아이디어를 찾기 위한 각종 제도가 도입되고 있고 의미 있는 성공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직원이나 고객들로부터 얻은 새로운 아이디어는 상품개발에도 반영돼 은행의 혁신을 이끌고 있다. 유사한 상품을 두고 금리경쟁을 벌이던 기존의 영업은 이제 구태로 취급받을 정도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이 최근 적극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 IBK기업은행은 올해로 4회를 맞는 '금융 아이디어 공모전'을 신사업 분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상품, 서비스 등에 관한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금융과의 융합(Convergence)이나 협업(Collaboration) 사업 아이디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 아이디어 등도 공모를 통해 받겠다는 얘기다. 9월12일까지 접수가 진행되는 이 공모전은 대상에게 상금 1000만원, 장려상 이상에겐 신입 행원 공채 시 서류전형 면제 혜택이 제공돼 매년 참가자가 급증하고 있다.
우리은행에는 '신사업 인큐베이터' 제도가 있다. 내부 인재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책임자급 이하 약 20명 내외의 직원들이 참여한다. 최근 5기가 선발됐는데 주요 활동은 상ㆍ하반기 연 2회의 정기 워크샵과 월 1회의 정기 미팅을 비롯해 각종 심포지엄, 세미나, 포럼 등에 참석해 신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다. 또 우리은행에는 영업 현장의 기존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를 내는 '이노싱크' 제도도 있다. 30여명의 직원들로 구성돼 현재 4기가 활동 중이다.

신한금융에서는 은행 등 각 계열사의 시너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직원들로 구성된 '복합상품 직원패널'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3기가 활동하고 있다. 지난 1~2기 패널은 자녀양육 세대와 관련한 체크카드 활성화, 장기 렌탈 시장 분석 및 시장 진입 전략 수립, 사회 새내기 고객 대상 차별화 마케팅, 전통시장 활성화 지원을 통한 소매금융 확대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제안해 상품, 서비스 개발에 적극 활용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2기가 활동 중인 그룹 내 태스크포스(TF)팀 '신한 스마트 이노베이터스(SSI)'도 각 계열사 스마트 전략에 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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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이 각 은행들이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에 골몰하고 있는 이유는 성장이 정체된 수익구조의 돌파구가 될 수 있는데다가 다른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경쟁력도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이 코레일과 협업을 통해 기차역 대합실에 마련한 중소기업 제품 전용 판매장 '명품마루'는 대표적인 신사업 성공 사례다. 주요 고객인 중소기업 제품 판로를 개척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에게도 우수한 제품을 유통 마진 없이 저렴하게 공급해 기업은행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서울역에서 처음 문을 연 '중소기업 명품마루'는 현재 대전역, 동대구역, 광주역 등 4곳으로 확대돼 운영 중이고 7월까지 누적 374개 중소기업 제품을 판매했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1100여명, 누적 방문객은 42만 명에 달한다.

기업은행은 또 지난해 실시한 '금융 아이디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문화재사랑예금' 상품화를 현재 스마트금융부에서 추진하는 등 지속적으로 적극적인 신사업 아이디어 발굴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에서 신사업 인큐베이터 등을 통해 발굴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시네마정기예금'도 2010년 11월 출시돼 현재 12번째 상품인 '변호인'까지 판매를 마친 신사업 성공 사례다. 영화 흥행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는데 현재까지 누적 12만3600건에 1조6000억원의 실적을 올릴 정도로 효자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신한은행도 고객 공모전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실제 사업에 적용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학에 입점해있는 점포에서 통장에 본인이 원하는 사진을 넣어주자는 '나만의 통장 만들기' 아이디어가 큰 호응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우리ㆍ국민ㆍ신한ㆍ외환 등 전국 15개 은행과 카카오톡이 제휴한 '뱅크 월렛 카카오'도 은행권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신사업 영역으로 꼽히고 있다. 이 상품이 출시될 것으로 보이는 하반기부터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스마트폰에 연락처가 저장된 이들에게 자유롭게 소액을 송금하고 온ㆍ오프라인 결제도 가능해지는 것이다. 여기에 발맞춰 각 은행들도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의 영업만 가지고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은행들의 공통된 인식"이라며 "앞으로도 저마다 새로운 사업 영역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철현 기자 kc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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