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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체적 부실 숭례문 복구…"화재 위험 4배 이상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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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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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숭례문 복구공사가 당초 원칙과 다르게 엉터리로 시공된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드러났다. 화학 접착제를 사용한 단청으로 화재 위험성은 기존보다 4배 이상 높아지는 등 기와, 지반공사, 성곽 등 대부분의 공정에서 부실시공이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은 15일 '문화재 보수 및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실시한 결과 숭례문 복구공사 과정에 단청, 기와, 지반 등이 시공법이나 내구성 등에서 검증되지 않은 기법 등을 적용한 사실을 발견하고 재시공 또는 보완을 통보 조치했다고 밝혔다.
공정별로 따져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복구된 것이 없었다. 우선 복구된 지 5개월 만에 벗겨짐 현상이 나타난 단청에 대해 감사원은 단청장 홍모씨가 전통단청 기술이 없었지만, 문화재청은 단청장의 명성만 믿고 전통 시공법에 대한 검증을 소홀히 해 문제를 키운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단청공사에서 홍씨는 조갯가루인 일본산 수간분채를 사용했다. 원래 전통 단청은 돌가루 성분의 천연 안료를 쓰지만 비싸고 색이 잘 나지 않아 그렇게 한 것이다. 하지만 수간분채와 아교의 사용에 미숙했던 단청장은 안료가 흘러내리거나 색이 잘 발현되지 않고 아교가 엉겨 붙는 등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하자 사용이 금지된 재료인 합성수지 접착제(아크릴 에멀전, 제품명 ‘포리졸’)와 화학안료(지당, 티타늄 화이트)를 현장에 몰래 반입해 안료와 아교에 섞어 발랐다. 또한 물 얼룩 방지를 위해 화재 위험성을 증폭시킬 우려가 컸던 동유를 테레빈유와 희석해 숭례문 전체에 도포해 공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한국소방산업기술원에 의뢰해 시험한 바에 따르면 동유 사용으로 인해 숭례문의 화재위험성이 최대 4.4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사진=백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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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는 화재 전 숭례문에 설치돼 있던 기와 그대로 전통기와를 제작하다가 시공성 등을 이유로 공장제 KS기와 형태로 규격을 변경해 원형 훼손시켰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1년 4월께만 해도 기존 기와의 실측치대로 6000여장의 기와가 생산되고 있었지만 그해 5월 KS기와 생산업체가 암키와가 너무 길어 시공에서 번거로울 수 있고 수키와의 폭은 미관상 암키와 폭의 절반이 돼야 한다는 등 KS기와 규격으로 바꾸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복구단은 제와장에게 KS기와 규격으로 변경해 기와를 재생산하도록 지시했다. 숭례문 지붕에는 KS규격의 암키와 1만2802장, 수키와 6465장 등 총 1만9267장이 설치됐다.
이 외에도 조선 중기 이후 높아진 지반을 모두 걷어내기로 했던 복구 원칙을 어기고 일부만 제거해 재시공했다. 또 전통 제철·제강 기법에 대한 검증 없이 추진하다 결국 실패하고, 현대철물을 구입해 사용하기도 했다. 숭례문은 단청, 기와, 지반 그리고 성곽까지 당초 계획과 다르게 조선 전·중·후기와 현대를 아우르는 혼합방식으로 복원됐다.

감사원은 이날 숭례문 복구 사업관리를 부실하게 한 숭례문복구단장 등 5명의 징계를 요구하고 단청, 지반, 기와 등은 재시공 또는 보완토록 통보조치를 내렸다.

한편 2008년 2월 발생한 화재 사건으로 추진된 숭례문 복구사업에는 총 267억원이 소요됐다. 숭례문 복구 및 성곽 복원공사비 154억원 중 단청공사에 쓰인 돈은 11억원이며, 지반공사에 4억원, 기와를 포함한 지붕공사에 6억원이 들었다.
자료=문화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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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희 기자, 사진=백소아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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