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4 7장 분량의 자료에는 한은이 평가한 김 총재의 치적이 빼곡히 담겨있다. 한은은 24일 이 자료를 통해 "김 총재 취임 뒤 조직의 개방성과 인력 구성의 다양성이 확대됐고,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가 구축됐으며, 대내외 소통이 강화됐고, 조사연구 자료의 양적·질적 개선이 이뤄졌다"고 기술했다.
정부 부처나 민간기업에서 퇴임하는 수장의 재임 중 공적을 책으로 정리해 당사자에게 선물하는 건 종종 있는 일이다. 하지만 퇴임까지 상당 기간이 남은 현직 수장의 공적을 정리해 언론에 전하는 상황은 낯설다.
이런 자료가 생산·공개된 배경에 대해 한은 측은 현 총재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고, 새 총재 후보들이 거론되면서 한은에 대한 관심이 높지만, 실상이 왜곡되거나 잘못알려진 경우가 많아 이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선조들이 왕의 사후에 실록을 공개하고, 재임 중 사초(史草)를 볼 수 없게 한 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며 "퇴임이 임박한 것도 아닌데 이런 자료를 내는 건 부자연스럽다"고 꼬집었다.
발권력을 가진 한은 총재는 거시경제의 파수꾼이며 금융기관 최후의 보루다. 시중 통화량을 조절해 물가를 잡는 게 주된 임무다. 연봉은 3억5000만원이지만, 정부의 비용절감 원칙에 따라 올해부터 7000만원(20%)이 삭감된다. 후임 총재는 올해부터 국회 청문회를 거치는데 아직 뚜렷한 후보군은 좁혀지지 않았다. 김광두 서강대 석좌교수와 이 학교 조윤제 교수, 박철·이주열 전 부총재 등이 거론된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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