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장치가 없는 냉장고 등 다른 가전기기들도 표적이 됐다. 냉장고 전원이 꺼지면서 음식들이 모두 상했고 온도조절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실내온도가 최대로 올라갔다. 가격이 5억원을 훌쩍 넘는 페라리 베를리네타라도 도난당했다. 지하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와 네트워크로 연결된 스마트폰을 해킹해 원격 시동을 걸어 훔쳐간 것이다. 위성항법장치(GPS) 도난방지시스템을 탑재했지만 해킹 앞에서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보안업체 프루프포인트가 공개한 이번 공격은 가전을 해킹해 하루에 세 번씩 10만건 단위의 악성 이메일 총 75만건을 기업이나 개인에 발송시켰다. 네트워크에 연결된 가전제품을 다른 목표를 공격하는 좀비로 악용한 것이다. 이는 가전제품 자체가 공격당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가고 있다.
보안업계는 사물인터넷이 확산하는 속도 이상으로 해킹 기술도 발전하고 있어 피해 예방이 쉽지 않다고 지적한다. 가전제품은 보안이 취약하고 PC처럼 감염이 돼도 소비자들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해커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정부가 PC 중심 보안 정책을 사물인터넷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시급하게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손충호 '와우해커'그룹 해킹ㆍ보안전문가는 "외국 제품처럼 제품 설계단계부터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자체 보안 플랫폼인 녹스를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가전제품으로 확장해 사용자가 보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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