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리티 리포트] 1. 금지된 사랑 - 동성결혼
비슷한 사례는 또 있다. 딕 체니 전 부통령의 첫째 딸 리즈 체니는 최근 공화당 후보 경선에 나와 동성결혼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에 커밍아웃까지 한 동성애자인 리즈의 동생 메리 체니는 "언니의 생각은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며 발끈해 두 자매가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미국 정치인들의 일가에서도 찬반양론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사안이 바로 동성결혼이다.
동성결혼의 법적 허용·금지 여부는 대부분 나라마다 뚜렷하게 나뉜다. 네덜란드, 캐나다, 브라질 등 유럽과 중남미 15개 나라는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하는 반면, 대부분의 아프리카 및 중동 국가는 종교와 관습에 따라 동성애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이란, 수단 등에서 동성애는 최대 '사형'에 처하는 중범죄로 취급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선 사실상 동성결혼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를 비롯해 아시아 국가에서는 동성결혼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어 합법도 아니고, 불법도 아닌 상태다. 이러한 법의 공백 때문에 최근 몇 년간 아시아 국가들에서 동성결혼의 법제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운영위원장은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허용한 국가들은 이전부터 상당히 긴 기간동안 성 소수자 권리 보장을 요구하는 운동이 진행돼 왔다"며 "반면 한국은 뿌리깊은 가부장 문화와 성차별이 당연시 여겨진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었기 때문에 성 소수자들의 평등권도 보장받기 어려웠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의 사례들로부터 성 소수자의 기본적인 자유권과 평등권이 시민권의 일부로 보장되고 가족을 꾸리고 아이까지 기르는 모습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수용적으로 변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덧붙였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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