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개성공단 근로자를 볼모로 '협박과 타협, 지원'을 얻어내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데야 별다른 반대의 목소리가 없다. 다소 아슬아슬 했지만 원칙으로 밀어붙인 끝에 북한의 굴복을 이끌어낸 것은 박 대통령의 원칙론 혹은 치킨게임이 최소한 대북정책에서는 유효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지난 16일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3자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정면승부'를 고집하며 야당 측에 퇴로를 열어주지 않은 것은 '불통 이미지'에 따른 역풍은 문제될 것 없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이 즉각 반발하고 장외투쟁의 수위를 높여갈 것이 뻔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믿은 것'은 높은 지지율일 것이다.
하반기 민생 법안 처리가 지지부진해지거나 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취임 초 정부조직법 미통과로 내각 구성이 늦어졌을 때 그랬듯 "야당 때문에 일을 못하겠다"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 분명하다. 정치적 논쟁과 민생의 어려움을 대비시킴으로써 민생 대통령과 정쟁 야당의 구도로 단순화 시키는 전략인 것이다.
17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야당의 장외투쟁을 비판한 박 대통령은 회의 후 용인시장으로 이동해 시민들을 만났다. '민생 대통령' 이미지를 강조함으로써 국정원 개혁 등 야당의 주장은 민생을 외면하는 '정쟁'으로 보이게 끔 하는 전략도 숨어있다.(사진제공 : 청와대)
국정원 대선개입 논란이나 검찰 독립성 훼손 의혹 등은 "서민들에게 아무 의미도 없는 소모적 논쟁일 뿐"이라 평가절하 하는 것이고, 이것이 일반 국민의 정서를 대변한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현재까지 지지율이 높다는 것은 박 대통령의 이런 판단이 유효하다는 방증이라 볼 수 있다. 그러나 추석 이후 민심의 행보도 계속 그럴 것인가는 장담하기 어렵다. 지나친 원칙주의, 불통, 제왕적 통치자 이미지가 박 대통령의 '북한 다루듯 하는' 국내 정치 전략과 맞물려 역풍으로 불어올 가능성은 언제나 존재한다.
야당이 국회로 돌아올 명분을 제공할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이 유일하다. 5일간의 휴식이 끝난 후 월요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야당을 향해 어떤 메시지를 보낼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다.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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