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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대북정책과 정전협정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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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신범수 기자]휴전을 위한 협상이 진행되던 1953년 여름, 한반도는 죽음의 땅이었다. 정전협정은 그해 7월 27일 오전 10시 9분 조인됐다. 조인 12시간 후 전투행위를 멈추도록 했다. 이 12시간 동안 수많은 민간인이 죽고 시설들이 파괴됐다. 미 해군 역사상 최장 기록이라는 861일간의 '원산 폭격'은 27일 오후 10시, 휴전 1분 전에야 멈췄다.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측면도 있겠으나 승리하지 못한 전쟁에 좌절감이 더해져 미국은 북한 지역에 무차별적 폭격을 가했다. 7월 중순 1주일간 양쪽에서 10만명이 죽었다. 한 치의 땅이라도 더 빼앗으려는 양쪽의 치열한 군사작전도 수많은 피를 흘린 끝에 '백마고지'라는 단어로 한국인의 머릿속에 새겨졌다.
정전협정은 구소련이 회담을 제의한 지 25개월만에, 총 765차례 회담 끝에 이루어졌다.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이 북진통일을 주장하며 휴전에 반대한 것이 중요한 이유 중 하나였다. 한 명의 희생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이미 대세로 굳어진 휴전을 빨리 받아들였어야 하는가 아닌가에 대해선 논란이 있다.

하지만 6ㆍ25 전쟁 발발 전 한국 정부는 "명령만 내리면 평양을 접수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 했고, 이 전 대통령도 북진통일 의지를 노골적으로 표시해 주변국을 자극했다. 이것은 6ㆍ25 전쟁의 간접적 원인을 제공했다. 미국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이승만정부에 무기 공급을 꺼렸고, 북한은 '북진'에 대비하기 위해 오히려 군사력을 증강함으로서 양쪽의 전력 차이를 심화시켰다.

1940년대 후반 북진통일론과 1953년의 그것은 구분돼야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무모한'이란 수식어를 붙이는 건, 결과적으로 심각한 민간인 희생과 정신적ㆍ경제적 피해를 유발한 '철저한 파괴'로 종결됐기 때문일 것이다. 부패한 지도층은 전쟁의 피해를 잘도 피해다녔고, 총알받이로 죽어간 건 힘없는 집안의 소년들이었다는 사실 역시 6ㆍ25 전쟁에 대한 애통하고도 깊은 흉터를 남겼다.
그렇게 60년이 지났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마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는 듯 고립과 변화 중 양자택일을 요구하는 강경 대북정책에 국민들은 대체로 지지를 보내지만 그것은 불안감이 깔린 지지일지 모른다.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대북정책의 '삐끗'은 우리 민족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재앙을 불러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북정책에 신중함을 촉구하는 것은 반대를 위한 반대로만 치부할 수 없다.

새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라는 설득력 있는 기조에서 움직이고 있다. '변화에는 지원을, 도발에는 단호한 대처를'로 요약되는 이 정책이 성공하길 바라지만, 만에 하나라도 역효과를 낸다면 '상대를 무모하게 몰아세웠기 때문'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박근혜정부 대북정책의 첫 시험대인 개성공단 문제가 악화일로를 달리고 있다. 군사 배치, 중대 결심 등 호전적 용어가 난무하는 이 문제를 어떻게 슬기롭게 풀어갈 것인가는 정전 60주년을 맞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고민해야 할 과제다.





신범수 기자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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