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한국은행이 집계한 5월 말 현재 은행과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659조8771억원으로 한 달만에 3조3979억원 늘었다. 종전 최대치였던 지난해 12월(659조8583억원)의 대출 규모를 웃도는 수치다.
기타대출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과 예금·적금 담보대출 등 한계가구의 생활비 마련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른바 생계형 대출이다.
이렇게 생활비 충당을 위한 기타대출 증가율이 가파르게 상승해 전체 가계대출에서 기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8.91%까지 치솟았다. 기타대출의 비중은 올해 1월 38.78%에서 2월 38.77%, 3월 38.75%로 서서히 하락했지만, 4월 들어 38.90%로 올라섰고 5월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기타대출은 주택대출에 비해 이자율이 높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다. 5월 예금은행의 신규 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주택대출의 경우 연 3.77%에 그쳤지만, 예금·적금 담보 대출의 이자율은 4.61%, 일반신용대출은 6.41%까지 올라갔다.
그래도 은행권에서 생계비 대출을 받았다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기타대출 가운데 약 40%는 은행보다 훨씬 금리가 비싼 제2금융권을 통해 빌린 돈이어서 저소득·저신용 가구를 중심으로 가계부채 부실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달 전체 기타대출 246조9000억원 가운데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 등 제2금융권을 통해 융통된 돈은 108조6000억원, 전체의 44%에 이른다. 같은 기간 상호저축은행의 대출 평균금리는 13.73%에 다다랐다. 그나마 기준금리 인하로 한 달 전보다 1.05%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한은도 생계형 대출의 위험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대출이 늘고 소득과 자산대비 부채 규모가 과도한 가구가 많다"면서 "가계부채가 금융권의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지만,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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