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을 총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비상이 걸렸다. 돈이 들어올 곳은 없는데 써야 할 곳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기재부 역시 '돈의 재발견'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기존에 계획했던 예산을 새로 짜야 한다. '정부 가계부'의 수정이 불가피한 것이다.
◆1조의 재발견=1조는 숫자로 풀어보면 '1000000000000'이다. '0'이 줄줄이 이어진다. 무려 12개. 좀 많이 붙어 있는 모습이긴 하다. 숫자로만 본다면 1조원은 0이 많이 붙을 뿐 실제 피부로 와 닿지 않는다. 그냥 숫자에 불과하다.
숫자에 불과한 '0의 연속되는 12개'를 삶 속으로 옮겨보면 느낌은 확연히 달라진다. '숫자 개념의 돈' 1조원이 아닌 '삶 개념의 1조원'의 차이는 어려운 현실 앞에서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무서운 존재이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가난한 사람들 1만 명에게 매월 100만원씩 지원한다고 계산하면 한 달 총액은 100억원이다. 1년이면 1200억원에 이른다. 8년 동안 지원을 계속한다고 가정하면 그제야 9600억원에 이른다. 그래도 1조원에서 400억원이 남는다. 1조원은 가난한 사람 1만 명이 매월 100만원씩 8년을 지급받을 수 있는 규모이다.
아이들에게 적용하면 체감되는 효과는 더 크다. 방학만 되면 밥을 굶는 아이들이 무척 많다. 경제 형편이 어려운 가정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는 나오고 있지 않은데 전국적으로 약 40만 명의 아이들이 방학 기간 동안 점심을 먹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조원을 한 끼 식사를 할 수 없는 아이들에게 방학 급식비로 사용하면 어떤 효과가 나올까. 방학 한 달 기간 동안 매일 40만 명의 아이에게 각각 5000원씩에 이르는 점심 급식을 한다고 계산해 보면 매일 20억원이 들어간다. 이를 방학 한 달인 30일로 계산하면 600억원이다. 여름과 겨울방학 두 번에 걸쳐 지원한다면 1200억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8년 동안 계속 지원한다고 하면 9600억원에 이른다. 1조원에 역시 400억원이 남는다. 40만 명의 아이들이 여름과 겨울방학 각각 한 달 동안 5000원에 해당되는 밥을 매일 먹어도 8년 동안 지원 가능한 금액이 1조원이다.
박근혜 정부는 복지재원 마련, 경기 부양, 주택관련 대책 등에 조 단위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큰 그림도 중요하겠지만 미세한 서민의 삶속에서 예산을 생각할 때 '조 단위'의 돈은 숫자에 머물지 말고 서민의 삶 속에서 꿈틀거리는 자양분이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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