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업체선 '취업 성공담·노하우' 공유되기도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 경기 부천시 춘의동에 사는 28세 여성 최모씨는 최근 한 대학교 조교직 면접을 보기 위해 정장을 빌려주는 사무실을 찾았다. 상, 하의 한 벌에 수십만원씩 하는 구입비가 부담됐기 때문이다. 기본정장 한 벌과 구두 한 켤레, 귀고리 한 쌍을 빌린 최씨가 이번 면접에서 쓴 비용은 총 4만9000원. 최씨는 "당장의 지갑사정을 고려했을 때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며 "주변에도 적극 추천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공개채용시즌을 맞아 면접의상 대여업체가 인기다. 서울·경기권에 위치한 대여업체들은 기본 정장과 셔츠, 블라우스, 신발, 액세서리류 등을 갖춰놓고 5000원~3만원대의 가격으로 각 아이템을 대여한다.
열린옷장은 지난해 7월부터 사회에 진출한 선배들이 기증한 정장을 면접용 의상이 필요한 청년구직자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빌려주고 있다. 한만일(32) 공동대표는 "취업난이 심각한 상태에서 구직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열린옷장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잠자고 있는 옷을 활용해 구직자들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열린옷장에 구비된 옷은 총 300여벌. 대부분 직장을 다니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손수 기증한 것이다. 또 바비 브라운, 발렌시아, 더셔츠스튜디오 등 열린옷장의 취지에 공감하는 기업 후원을 받아 구색을 늘리고 있다.
현재 열린옷장의 공식 홈페이지와 오프라인 매장에는 합격증을 거머쥔 구직자들이 남긴 감사편지들이 빼곡하다. 각자의 개성이 담긴 손글씨에는 합격의 기쁨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한 20대 취업준비생은 '1~3차까지 이곳에서 빌린 옷으로 면접을 잘 마칠 수 있었다'며 A4종이 한 장을 가득 채워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여성 구직자들을 위해 특화된 대여업체도 있다. '더웨이'의 정혜인 대표는 20대 시절 취업을 준비하며 느꼈던 고충을 계기로 3년 전 면접의상 쇼핑몰을 창업했다. 처음엔 판매만 했으나 현재는 대여 서비스까지 범위를 확대했다. 사이즈별로 구비된 재킷과 스커트, 블라우스, 구두를 빌려주고 있다.
정 대표는 "면접 때 어떤 의상을 입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구직자들에겐 큰 숙제"라며 "특히 면접용 정장은 구입한 뒤 평소에는 거의 입지 않기 때문에 비싼 돈을 지불하기엔 아깝다고 느끼는 분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마이스윗인터뷰' 역시 스터디카페를 운영하는 김태문(32) 대표의 소박한 아이디어로 출발했다. 김 대표는 손수 시장을 뛰며 사들인 여성용 재킷과 블라우스, 스커트를 2박3일간 1만5000원에 대여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김 대표는 "1년 전 우연히 면접의상 때문에 고민하는 스튜어디스 지망생들을 보며 아이디어를 얻었다"며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을 대할 때마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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