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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후 사건처럼 증거 애매한 성폭력 판결기준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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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女 진술과 끝없는 진술게임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지난 2일 경찰이 배우 박시후씨(36)를 준강간ㆍ강간치상 혐의로 검찰에 송치한 후에도 양측의 주장은 일관되게 엇갈리고 있어 과연 누구의 말이 사실로 밝혀질지 주목을 끈다. 경찰 측은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고 피해여성이 엎혀 들어가는 CCTV영상 내용 등을 토대로 고소인의 주장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씨 또한 일관되게 "합의된 성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 강간사건의 경우 법정에서 유무죄를 결정짓는 핵심잣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이다.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9단독 박성구 판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마사지업소에 첫 출근한 여종업원을 심하게 폭행한 후 간음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 대해 징역5년을 선고했다. 박 판사는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유일한 증거인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보고 이같이 판결했다.
박 판사는 "피해자의 진술내용이 구체적이면서도 자연스러워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진술하기 어려운 점들이 많다"고 말했다. '문이 닫힌 옥탑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의 진술과 달리 실제로 옥탑방에는 문이 없었던 것으로 밝혀졌지만 박 판사는 이에 대해서도 "피해자가 장시간 폭행 및 성폭행을 당하는 가운데 낯선 범행장소를 밀폐된 공간으로 착각했을 가능성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반면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천대엽)는 인터넷 소개팅사이트에서 알게된 여성을 만나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조모씨에 대해 "피해여성의 진술에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여성은 인천 O해수욕장의 한 모텔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한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조씨를 고소했다.

재판부는 "성폭력사건에서 피해여성의 수치심 등을 감안할 때 허위로 고소한다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일반적 믿음이 있고 이는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이 사건 피해자의 진술만으로는 조씨가 항거하기 곤란한 폭행이나 협박으로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범죄의) 증명이 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가 모텔 직원 등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은 채 조씨의 차를 타고 집에 온 점, 이후 조씨에게 연락해 목 부위 통증을 호소하며 함께 응급실에 가서도 강간피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은 점, 소개팅사이트를 통해 만난 사람에게 강간피해를 당했다면 접촉을 피하는 것이 일반적임에도 이 사건 이후 약1년 동안 700여회 로그인과 50여회 프로포즈를 수락한 점 등에 비춰 피해자의 진술이 모순되고 정황상 어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시후 사건과 관련해 경찰 측은 "피해여성이 성폭행을 당하고도 오후 2시께 집을 나온 점과 관련해서는 비상식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으나 사건 전체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 측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푸르메 측은 "고소인은 대질에서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매순간 말 바꾸기를 했을 뿐 아니라, 사건 후의 정황도 매우 의심스러워 고소인의 진술에 신빙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가 매우 의문"이라며 "이에 근거한 경찰의 기소의견 검찰 송치는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씨에 대한 사법처리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달렸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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