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수학이나 과학 실력이 최상위권인데도 아직 이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아직 때가 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기다려도 그 때는 오지 않을 것만 같다.
어째서일까? 1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expert)가 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뜻한다. 10년의 법칙이 알려주는 창의성의 비밀은 창의성이란 전문가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전문가만이 창의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답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새로움은 전문가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다. 우리는 종종 남이 보는 모든 것을 나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자기의 과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인간의 사고를 연구해온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엔 정말 최고다. 그러나 그들은 그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일에는 너무나 서툴다. 소수의 창의적인 학생들은 어김없이 자기 지식을 사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과정에 익숙한 학생들이다. 우리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더욱 많이 길러내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도 아니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 하나면 충분하다.
우리는 습관처럼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절대 줄지 않을 것이다. 지식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지식을 알고 있느냐에 초점을 둔 지금의 평가체제에서는 학원교육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지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고, 그러한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을 배울 수 없다면 우리에게 노벨상은 영원히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과정을 가르치고 이를 내재화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을 해야 한다. 학교마저 학원처럼 비법을 전수하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더딘 것처럼 보여도 결국 천천히 가야 이긴다. 서두르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며, 10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자. 수능의 고득점은 좋은 학원이 만들 수 있지만, 노벨상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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