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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우리가 노벨상을 못받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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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 한국교원대 교수

임웅 한국교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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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때가 되지 않았냐고 한다.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냐고 묻기도 한다. 도대체 왜 그런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도 한다. 노벨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의 수학이나 과학 실력이 최상위권인데도 아직 이 분야에서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현실에 우리는 당혹감을 느낀다. 무언가 문제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내 생각엔 아직 때가 되지도 않았을 뿐만 아니라, 아무리 기다려도 그 때는 오지 않을 것만 같다.
노벨상은 기존 지식을 많이 안다고 주는 상이 아니라 얼마나 새롭고 얼마나 유용한 것을 알아내느냐에 달려 있기에 결국 노벨상은 창의성의 문제가 된다. 창의성을 이루기 위해서는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10년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노벨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될 수 있다.

어째서일까? 10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그 분야에 몸담고 있는 시간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전문가(expert)가 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을 뜻한다. 10년의 법칙이 알려주는 창의성의 비밀은 창의성이란 전문가들만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전문가만이 창의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답은 예상외로 간단하다. 새로움은 전문가의 눈에만 보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다. 우리는 종종 남이 보는 모든 것을 나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모두는 자기의 과거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재구성한다. 인간의 사고를 연구해온 인지심리학이 밝혀낸 인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면 한 분야에서 쉬지 않고 10년을 달리게 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스스로 자기분야를 개척할 수 있는 자율능력이다. 흔히 말하는 흥미와 동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흥미와 동기는 중요하다. 머리 좋은 사람은 노력하는 사람을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는 그 유명한 말은 결국 흥미를 가지고 즐기는 것이 최선임을 강조한다. 하지만 흥미만으로는 결코 10년을 끌고 갈 수 없다. 흥미가 있어도 그 분야를 어떻게 연구하고 공부해야하는지 모른다면 그 흥미는 곧 사라지게 된다. 결국 10년을 지속하는 가장 근원적인 힘은 스스로 연구할 수 있는 자율적 능력인 것이다.

우리나라 대학생들은 지식을 받아들이는 일엔 정말 최고다. 그러나 그들은 그 지식을 이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일에는 너무나 서툴다. 소수의 창의적인 학생들은 어김없이 자기 지식을 사용해 새로운 지식을 만드는 과정에 익숙한 학생들이다. 우리가 노벨상을 받기 위해서는 이러한 학생들을 더욱 많이 길러내야 한다. 이는 어려운 일도 아니고, 새로운 무언가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학교교육의 정상화 하나면 충분하다.

우리는 습관처럼 사교육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교육비는 절대 줄지 않을 것이다. 지식을 만드는 과정보다는 지식을 알고 있느냐에 초점을 둔 지금의 평가체제에서는 학원교육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좋은 지식을 갖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그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고, 그러한 지식을 생산하는 과정을 배울 수 없다면 우리에게 노벨상은 영원히 없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과정을 가르치고 이를 내재화하는 힘을 길러주는 일을 해야 한다. 학교마저 학원처럼 비법을 전수하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더딘 것처럼 보여도 결국 천천히 가야 이긴다. 서두르지 말고, 기본에 충실하며, 10년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을 알게 하자. 수능의 고득점은 좋은 학원이 만들 수 있지만, 노벨상은 학원이 아니라 학교가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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