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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R&D 실패율 높이자' 신선한 역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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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부처의 내년 업무보고가 한창이다. 포장과 발표 형식은 조금씩 달라도 몇 년째 우려먹는 주제도 많은데 모처럼 신선한 게 있었다.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은 어제 이명박 대통령에게 "연구개발(R&D) 실패율 늘리기를 하겠다"고 보고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도 하겠지만, 정부가 이제야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

지금까지 지경부와 중소기업청이 지원해 온 각종 R&D 과제의 성공률은 98%다. A+ 학점이지만 박수 받을 일이 아니다. 성공률이 높긴 한데 그 연구 결과라는 것들이 원천기술로 인정받거나 큰 시장을 창출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미 그보다 나은 기술과 제품이 나와 있거나 그만그만한 것들이라서 그렇다. 연구가치가 얼마나 높은지, 사업화가 가능한지에 대한 고민 없이 그저 성공 가능성이 높은 과제들 중심으로 기획하고 지원해 온 탓이다.
홍 장관은 2015년까지 R&D 성공률을 50%로 낮추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도 "연구개발이 제대로 되려면 실패하는 데 또 지원해야 한다"면서 "중소기업과 젊은 창업자들에게 많은 지원이 가야 한다"고 거들었다. '성공률은 높지만 성과는 없는' 보여주기식 행태에서 벗어나 '실패율이 높아도 성과가 큰' R&D 과제를 찾아 지원하겠다는 역발상이다.

당장 지원대상 과제를 선정하는 단계에서부터 그간의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민간 전문가 참여를 크게 늘려야 할 것이다. 대기업 중심의 지원 관행도 문제다. 과제의 성격에 따라 중견ㆍ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참여를 늘려야 한다. 대학과 연구소, 기업 간 협력을 더욱 원활하게 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목표를 이루진 못했어도 남들이 못 하는 연구를 성실하게 수행했다면 불이익을 주지 않아야 한다. 중소ㆍ벤처기업이 이룬 연구 성과를 대기업이 가로채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도 강구해야 한다.

그렇다고 몇 년 내에 성공률을 얼마로 낮춘다는 목표는 어색하다. 미래의 먹거리 창출을 정부 혼자 할 수는 없다. 기업들도 실패한 직원이 경험을 살려 다시 도전하도록 패자부활전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R&D는 실패를 거름 삼아 자라는 나무와 같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성공률도 1% 미만이다. 한국 경제가 무역 1조달러를 넘어 2조달러를 향해 가려면 여러 분야에서 낡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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