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 어린이들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음식을 먹고 나면 소화가 어떻게 되고, 배변을 하게 되는지, 운동을 심하게 하고 나면 왜 팔과 다리가 아픈 건지, 왜 갑자기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술을 하게 되었는지, 그들의 질문은 계속 이어진다. 아이들이 원하는 것은 이제 단순한 표면적 지식이 아닌, 적재적소에 알맞은 적확한 설명이다. 아니, 체험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다.
어린이들은 좀 더 성장하면 호기심에서 더 나아가 한층 '업그레이드'된 심층적인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엄마,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라는 일반적인 질문에 "엄마 아빠가 사랑해서……"라는 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구세대'적인 답변일 것이다. 관람의 시작은 '어린이의 호기심을 만족시킬' 학습용 전시 관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체의 신비' 전(Body Worlds_용산전쟁기념관 기획전시실, 12월 31일까지)은 1995년 첫 전시회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 등 60개 이상의 도시를 순회하며 전 세계 3300만 명 이상의 관람객들을 동원한 플라스티네이션 기법(Plastination, 인체 표본을 보존하는 방법)을 창시한 군터 폰 하겐스(Gunther von Hagens) 박사의 오리지널 전시다.
전시는 어두운 통로를 거치면서 시작된다. 마치 자궁을 거치는 느낌이다. 어머니의 뱃속 태아기부터 노년기까지 진행되는 성장과 노화의 전 과정이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으로 만들어진 실제 인체 표본들을 통해 우리의 몸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어릴 적 과학시간에 보았던 어설픈 인체 표본과는 차원이 다른 섬세한 표본들이 처음엔 좀 낯설다. 물론 아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영역은 태아가 성장하는 과정과 아이가 엄마 뱃속에서 잉태되고 자라는 과정이다.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정교하게 창조되어, 놀라움과 두려움이 동시에 느껴진다.
전시된 인체 표본들은 1977년 하이델베르그 대학교에서 해부학자로 근무하던 군터 폰 하겐스(Gunther von Hagens) 박사가 개발한 플라스티네이션 기법을 통해 보존된 것으로, 이 기법은 사망한 신체기부자(2011년 1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12,545명이 접수했다)의 몸에서 수분과 지방을 완전히 제거하고 플라스틱과 실리콘 등을 주입해 마치 살아있는 듯한 상태로 영구 보존하는 방법이다. 인체 플라스티네이션은 넣는 재료에 따라 탄력이 있고 말랑말랑한 형태나 딱딱한 형태로 만들 수 있다. 그 결과 세포까지도 그대로 보존할 수 있어 생전 모습 그대로 피부 잔주름까지 보존하며 생동감 넘치는 모습을 반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한다. 또한 이 모든 신체는 철저한 신체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운영된다고 하니, 처음의 그 낯선 느낌은 경외감과 숙연함으로 바뀐다.
전시의 흐름을 따라 근육과 관절의 변화, 뇌의 활동, 운동계, 신경계 등 우리 몸 속의 여러 기관을 살펴보면 단순히 신체의 일부 탐험이라기 보다는 사람의 탄생, 성장, 노화에 이르는 삶의 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각 표본들은 가장 적나라한 방법으로 건강한 생활 방식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운다. 비흡연자의 건강한 폐와 흡연자의 폐를 비교함으로써 관람객에게 더 사실적으로 금연 메시지를 전달하고 지방으로 물든 몸을 리얼한 표본으로 재연해 우리가 건강하게 살기 위해, 혹은 몸을 아끼기 위해 해야 하는 기본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관람 팁_어린이들에게는 홈페이지를 통해 다운받을 수 있는 학생 가이드북을 먼저 읽힌 후 관람시키면 좀 더 효과적이다. 오디오 북을 통해 부모가 충분한 설명을 듣고 아이들 관람 포인트를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http://www.bodyworlds.kr)
김현희(전시칼럼니스트)·태상준 기자 birdc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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